"한·일 관계 괜찮을까?"…계엄·탄핵 사태 일본인들 반응은?

홍선혜 기자 2024-12-12 09:59:02
일본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다. 최근에는 K푸드 K뷰티와 더불어 각종 국내 프랜차이즈들이 일본에 입점하면서 이제는 일본에서도 한국 문화를 쉽게 접해볼 수 있게 됐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K브랜드는 근 몇 년간 미주, 유럽, 동남아 등으로 빠르게 확산 돼 급성장 하고 있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1월 까지 올해 화장품 수출액은 93억달러(약 13조 3110억 9000만원)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라면, 과자, 음료 등 K푸드 수출액 역시 90억5000만 달러 (12조 9586억 9500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90억 달러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 이후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위험국가로 인식되면서 한류 사업에도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쿠오카 덴진에 위치한 한국 술집 '한잔' 가게 앞에 손님들이 모여있다. / 사진=홍선혜 기자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원달러 환율은 1402.9원을 찍은 뒤 꾸준히 오름세다. 환율 상승은 곧 원자재 값 상승으로 직결 돼 수출 사업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그 동안 꾸준히 쌓아올렸던 K컬쳐에 대한 이미지는 한 순간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계염령이 선포됐던 지난 3일 기자는 후쿠오카에 머무르고 있었다. 후쿠오카는 인구가 집약된 대도시로 국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 중 하나다.

네네치킨 후쿠오카 하카타역점. / 사진=홍선혜 기자 

후쿠오카에는 네네치킨 새마을식당 등 국내 프랜차이즈는 물론 한식당 다수가 중심 상권에 입점돼 있으며 한국음식은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큰 인기다. 실제 하카타 키테 지하에 있는 한식당 꼬끼오의 경우 평일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을 찾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대기 줄이 이어질 정도였다.

더불어 후쿠오카 복합쇼핑몰 캐널시티나 주거지에 위치한 마트, 심지어 시장에서도 한국제품이 판매되고 있어 이제 일본에서 한류 열풍은 자연스레 스며들어 안정적으로 정착한 듯 했다.

그러나 지난 6∼8일 NHK가1224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가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우려하는 일본인이 3명 중 2명꼴이었다.

후쿠오카 하카타 가와바타 상점가에 위치한 한국 제품 판매 매장. / 사진=홍선혜 기자  

NHK는 응답자 중 66%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혼란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매우 혹은 어느 정도 우려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한일관계에 끼칠 영향을 '전혀 혹은 별로 우려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5%였다.

현재 후쿠오카에 거주하고 있는 김민석(26·남)씨는 “20대 젊은 층의 일본사람들은 물어봐도 잘 모르고 관심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경우 한국 경제와 사회적 분위기가 불안정하다고 판단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일본에 더 체류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후쿠오카 하카타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캐널시티 건물 2층 대부분은 K팝 굿즈나 K푸드 제품 등 한국 브랜드 판매 매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 사진=홍선혜 기자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단결해 자유롭게 시위를 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일본인도 있었다.

후쿠오카에 거주하고 있는 유마히라(23·남)씨는 “평소 한국의 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며 “국회 앞에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하거나 군인들을 막는 등 단결하는 모습이 보였고 언론도 이들 입장에 귀 기울여 보도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아마 일본인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미디어는 친국가적인 보도를 했을 것이다”라며 “한국에는 일본에 없는 민주주의 정신이 있다고 생각했고 일본인으로서 본받고 싶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다행이 한일관계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의 20분간 통화를 진행했다.

조 장관은 현재 국내 상황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면서 "정부는 현재의 한일관계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관되고 연속성 있게 외교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달했다.

또한 양측 모두 "북한문제 등 현재 국제 정세 전반을 고려할 때 한일·한미일 간 공조가 매우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의기투합 했다.

아울러 오는 2025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준비 작업에도 뜻을 함께하고 각 급에서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또 교도통신도 이날 통화에서 한일 외교장관은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도 한일관계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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