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비상계엄 선포·해제 산업계 파장은?

재계, 긴급 비상회의 소집…비상계엄 파장 논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 산업 전반 불안감 가중
“노조에 날개 단 격, 파업 수위 더욱 높아질 듯”
신종모 기자 2024-12-04 10:06:15
윤석열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인해 한국 산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로 산업계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안정, 환율 상승, 대외 신인도 저하, 파업 장기화 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국회가 있는 여의도 상공을 군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4일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후 새벽 국무회의서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전날 오후 10시 25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만이다.

윤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정부는 오전 4시30분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윤 대통령의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돌파했으며 코스피200 야간 선물이 3.5% 하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고, 한국 ETF(EWY)는 3.5% 이상 낮아졌다. 

이러한 금융시장 불안정은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수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단기적인 수출 경쟁력 개선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제조원가 증가,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정유, 철강 등의 산업에서 원자재 구매 비용 증가로 인한 부담이 예상된다.

해외 투자 계획 차질도 예상된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기업들의 해외 투자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북미 배터리 공장 투자 기업 대응 주요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재계도 분주…각 기업 긴급회의 소집해 파장 논의 

재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주요 기업들이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 고위 임원들은 전날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하게 사무실로 돌아와 향후 미칠 파장 등을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그룹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LG도 이날 오전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하고 있다.

LG는 이날 새벽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동관, 서관 모두 재택근무를 권고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 외에도 포스코홀딩스는 관련 부서에서 금융시장 동향 등을 점검한다. HD현대는 이날 오전 7시30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경제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한다. HS효성도 이날 오전 중 사장단 및 관련 임원 긴급 경제 상황 점검 회의를 열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상황을 면밀히 예의주시하면서 관련 부서에서 환율, 주가 등 사안을 챙겨보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정국 불안 요소가 더 커진 만큼 향후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짜는 등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도 이번 사태가 향후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오전에 임원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재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상법 개정안 토론회도 취소된 상태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오전 긴급 경영진 회의를 열고 간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해제가 한국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계엄령 선포로 인한 한국의 대외 신인도 저하도 우려된다.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물(Korean Paper) 채권 금리가 상승했으며 신규 외화채 발행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기업 투자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쪽에서 본회의장 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노조 파업 강행…노사갈등 지속  

윤 대통령의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주요 노동조합들은 예정된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산업계의 노사갈등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계엄령 해제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오는 5일부터, 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교육공무직본부 등은 오는 6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공공운수노조는 “계엄을 선포한 정권을 상대로 파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명분 없는 비상계엄에 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철도, 지하철, 학교 등 공공 현장의 정상화 및 윤 대통력의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며 “시민과 노동자 모두에게 위험하고 불평등한 현장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스코 노동조합은 전날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1문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노조는 “직원 처우 개선과 소득 증대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포항 출정식에 이어 조합원들의 쟁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노조의 파업 강행 의지가 확고한 만큼, 산업계의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와 노조 간의 대화와 타협이 없다면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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