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크리스마스 마케팅' 사활 거는 이유

홍선혜 기자 2024-11-14 09:47:09
어느 순간부터 크리스마스의 성지는 백화점이 됐다. 건물 외벽을 LED화면으로 꽉 채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는가 하면 백화점 내부 한 공간을 크리스마스 빌리지로 한껏 꾸며 사진스폿으로 내놓기도 한다. 제품을 홍보하거는 등 판매목적의 의도성이 보이지 않지만 이들이 크리스마스 프로젝트에 힘쓰는 이유는 결국 '모객'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어김없이 백화점 3사(신세계, 롯데, 현대)는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아직 가을 날씨지만 올해는 지난해 보다 크리스마트 마케팅을 1주일 가량 앞당겼다. 이유는 부진한 실적탓이다. 올해 백화점 빅3의 실적은 내리막 길이었다.

신세계 매출은 6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지만 영업익은 같은 기간 4.9% 감소한 883억원에 그쳤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매출과 영업익이 모두 줄어들었다. 롯데백화점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8% 줄어든 7553억원을 영업익은 8.0% 감소한 707억원을 기록했으며 현대백화점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5683억원의 매출과 11.0% 감소한 710억원의 영업익을 냈다. 

더현대 크리스마 '움직이는 대극장(LE GRAND THEATRE)' 전경. / 사진=홍선혜 기자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평년 대비 따뜻한 날씨로 FW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백화점 실적 부진은 날씨 탓에 있었다. FW시즌이 한창이지만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판매량이 부진했고 불경기로 명품 구매자도 줄어들었다. 또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경우 주요점포에 리뉴얼을 단행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증가해 영업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세계스퀘어 크리스마스 영상. / 사진=홍선혜 기자 

3분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4분기 턴어라운드가 시급해졌다. 백화점에서는 연말 소비가 1년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백화점업게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면서 크리스마스 테마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효과는 꽤 유의미한 모양새다. 

지난해 신세계 백화점이 건물 외벽을 크리스마스 영상으로 가득채운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인 결과 주말 방문객 수가 평소 대비 60%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9% 가량 더 많이 찾았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국인 고객 매출액은 작년보다 43.5% 신장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원더풀 쇼타임' 테마의 크리스마스 점등 전경. / 사진=롯데쇼핑

지난해 더현대 서울이 선보인 크리스마스 테마 마을 ‘H빌리지’는 1차 네이버 사전 예약 오픈 당시 동시접속자가 2만여 명이 몰려 1시간 내 마감했고, 현장 웨이팅 대기번호도 800번대를 넘어섰다. 주중 방문객은 5000여명, 주말은 1만여 명 수준으로 기록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해 크리스마스 테마장식을 선보인 후 11월부터 12월 까지 두 달간 저녁 시간대 식음료(F&B) 매출이 크게 급등했다. 

올해도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일 부터 본점 크리스마스 장식에 불을 밝혔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약 2만여개의 LED를 활용한 외벽 라이팅 쇼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본점 앞거리는 '씨어터 소공'으로 탈바꿈하고, 화려한 네온사인과 쇼윈도 등을 통해 1900년대 뮤지컬 극장가를 걷는 듯한 느낌을 담아냈다. 이 외에도 영플라자의 대형 미디어 파사드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대표하는 화장품, 디저트, 주얼리, 와인 등이 주인공이 되어 백화점을 무대로 공연을 펼치는 영상을 선보인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도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신세계스퀘어를 오픈했다. 이번에는 ‘크리스마스의 순간들을 찾아서’라는 주제도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면들을 구현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오픈했다. 올해는 서커스 마을을 테마로 6개의 열기구 모형 에어벌룬과 대형 서커스 텐트들로 꾸민 '움직이는 대극장'을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마케팅이 이커머스 공세에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전략으로 유통채널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매장 등 많이 유통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쩌면 비효율 적인 비용을 지출하면서 까지 매장을 장식하는 것이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쿠팡의 위세와 C커머스 공세에 밀려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강점을 살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어 “대표적으로 명품은 아직도 이커머스에 구매하는 것에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특수를 활용하면서 많은 모객 소비자를 유인하고 오프라인만의 고급화, 프리미엄화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재무적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을 투입시키면서 까지 무리한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그것에 대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선택적 전략적인 방안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기”라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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