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vs 귀뚜라미 '특허 소송전'...법원, 경동 손 들어줘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 간 특허 소송전에서 법원이 경동나비엔이 제기한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 민사합의 60부는 지난달 30일 경동나비엔이 귀뚜라미를 상대로 한 특허 침해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경동나비엔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술이 적용된 귀뚜라미 제품의 제조 및 판매 금지 등의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본안 소송이 진행될 경우, 기존에 시장에 판매 된 귀뚜라미 제품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전의 핵심 쟁점된 제품은 귀뚜라미의 '거꾸로 ECO(에코) 콘덴싱 L11, E11, S11' 모델이다. 해당 제품에는 'ALL스테인레스 일체형 열교환기'가 장착됐는데, 경동나비엔은 "귀뚜라미 제품이 자사의 콘덴싱 보일러 핵심 부품인 열교환기 기술을 무단 도용했다"면서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해 12월 냈다. 

또한 가처분 신청에 앞서 지난 2022년 말, 자사의 제품 개발 연구원 등 직원들이 귀뚜라미로 이직한 것에 대해서도 영업비밀 유출 우려로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귀뚜라미는 정부의 친환경 보일러 의무화 방침에 따라 고효율 순간식 보일러를 적용했는데, 그 전까지는 보일러에 온수를 저장하는 탱크를 탑재한 저탕식 보일러를 주력으로 생산해 왔었다. 일각에서는 귀뚜라미가 정부 방침에 따른 거꾸로 ECO 콘덴싱 제품 출시를 위해 경동나비엔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동나비엔 측은 "귀뚜라미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열교환기 유닛에 관한 특허와 연소실 포밍부 보일러 제품에 대한 특허를 포함해 총 4개 항목에 대해서 귀뚜라미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귀뚜라미 측은 경동나비엔의 열교환기 특허가 신규성·진보성이 결여돼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귀뚜라미는 해당 기술이 특허 대상이 아닌 이미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자유실시기술'이라고 맞섰다. 특히 "해당 기술 일부는 경동나비엔이 특허를 획득한 2019년 5월보다 앞선 2012년부터 자사가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렇지만 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귀뚜라미의 경동나비엔 특허 침해가 일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 해당 제품의 제조 및 판매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재판에 따른 소송비용도 귀뚜라미가 전액 부담토록 결정했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서, 국내 보일러 시장 1위인 경동나비엔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경동나비엔이 시장 점유율 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귀뚜라미·대성·린나이 3사가 쫓고 있다.

특히 겨울 시즌을 앞두고 법원의 귀뚜라미의 콘덴싱 제품의 제조 및 판매 중지 결정으로, 국내 보일러 시장의 경쟁 구도의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가처분 신청 인용에 대해, 귀뚜라미 측은 "경동나비엔의 특허가 무효 판결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가처분이 일부 인용된 것"이라며, "지난 9월 19일 특허심판원에서 경동나비엔의 특허 4개 중 3개가 무효로 인정되었으며, 1개는 불인정 되었지만 2심이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특허 침해 본안 소송은 진행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특허 침해를 다퉈 본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이어 "거꾸로 에코 콘덴싱에는 여러 제품군 중 '거꾸로 에코 콘덴싱 L11'이 생산 판매가 금지된 것으로, 이 제품은 자사의 10종 제품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