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리부팅하라➂> ‘발등에 불’ 삼성전자, ‘HBM’ 외에는 대안이 없다

삼성전자, HBM3E 8단·12단 양산 판매 입장 전해
퀄테스트 통과 임박…엔비디아 공급 가시화
반도체 기술 인재 유출 심화…조직 간 소통 부재·성과급 때문?
이재용 회장 리더십 도마 위…메모리 반도체 1위 위상 지켜낼까
신종모 기자 2024-11-04 08:59:59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가 최근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이 지속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 8단 제품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HBM 시장에서 입지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급기야 세계 1위 메모리 자리도 SK하이닉스에 내어줄 위기에 처했다. 이에 본보는 삼성전자의 현재 위기 상황, 경쟁력 제고 방안, 미래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내 준 것도 모자라 국내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을 비롯해 낸드에서도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한 가운데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인공지능(AI) 흐름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고대역폭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HBM’ 개발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졌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일반 D램보다 3∼5배 비싼 HBM 시장을 선점하며 수익성을 확보하는 등 삼성전자와의 실적 격차를 더욱 벌렸다. 

특히 AI 시대에 수요가 폭증하는 HBM에서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가 3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대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30년 간 지켜온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서는 HBM 5세대인 HBM3E 8단 퀄테스트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300명 이상의 기술진들이 모여 HBM 퀄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HBM3E 8단 제품 퀄테스트 통과 이후 연내 12단까지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이 전체 수익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만큼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HBM3E 8단·12단 양상 판매 중…장밋빛 전망?

삼성전자는 한 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현재 HBM3E 8단과 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 퀄테스트(품질 검증)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HBM3E의 매출 비중은 3분기에 10% 초중반 수준까지 증가했다”면서 “4분기 HBM3E 비중은 50%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업화 지연이 있어 전 분기 발표한 수준은 밑돌 것”이라며 “4분기 HBM3E 비중은 50%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잠정 실적 발표 시 참고 자료를 통해 “HBM3E는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용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서 엔비디아 공급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용으로 HBM3E 8단과 12단 제품 모두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며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HBM3E 관련 입장과 관련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계획을 발표했으나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을 추가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존 판매 제품과는 다른 제품”이라며 “신규 샘플에 대한 고객사 인증 작업이 필요한 만큼 양산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삼성전자가 4분기 엔비디아와 AMD에 대한 HBM3E 제품 공급을 본격화하게 되면 HBM3E의 기술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SK하이닉스에는 위협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위기에 ‘하삼하’·‘삼하’ 현상 심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1위 아성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내부 기술 인재들의 유출이 많아지고 있다. 

당시 SK하이닉스의 기술 인재들이 기술력과 네임밸류 등을 고려해 삼성전자로 이직했으나 현재 자발적으로 SK하이닉스에 복귀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이들 인재는 삼성전자 이직 이후 조직 간 소통, 성과보상제도 등에 매력을 느꼈으나 반도체 위기감이 커지면서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기존 삼성전자 인재들도 SK하이닉스로 이직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실적과 관계없이 직원들의 사긴 진작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SK하이닉스는 성과급을 주지 못하는 대신 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위기극복 격려금 12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후 4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씩을 지급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자 삼성전자 DS부문은 초과이익 성과급(OPI)이 연봉의 0%로 책정해 버렸다. 이 때문에 이직을 결심한 직원들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에서 삼성전자로 다시 SK하이닉스로 이직하는 것을 ‘하삼하’라고 부른다”며 “내부에서 이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기존 삼성전자 직원들이 SK하이닉스로 이직하는 ‘삼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하삼하’, ‘삼하’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다수 직원이 기술 경쟁력 저하와 조직 간 소통 부재 등이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한 만큼 삼성전자는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8월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변화’ vs 최태원 ‘뚝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초격차 기술을 이끌 성장 잠재력 가진 역량의 인재 영입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뉴삼성’ 구축 의지를 드러낸 만큼 ‘믿음’보다 ‘변화’를 택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반도체 사업부 수장을 교체했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 위기에서 벗어나고 향후 미래 경쟁력 강화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장에 위촉했다.

하지만 수장 교체 이후에도 3분기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전 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반도체 수장이 실적 발표와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전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ek”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수장 교체 5개월 만에 다시 수장을 바꾸는 것은 리스크인 셈이다. 

대신 삼성전자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사업부장을 대거 교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삼성전자는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단행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이른 11월 말에 인사를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반도체 위기가 현실화됨에 따라 지난해보다 더 빠른 이달 초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반면 적자기업이었던 SK하이닉스가 SK그룹 편입 10여년 만에 HBM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성장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력과 과감한 투자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합병(M&A) 당시 SK그룹 내 반발에도 반도체 성장을 예견하며 불도저처럼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 SK편입 첫해 20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1조7920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5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8% 증가했고, 순이익은 5조753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 회장은 인수 첫해  3조9000억원, 2014년 5조원, 2015년 6조7000억원, 2017년 10조원 등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룹 차원의 AI 성장 전략을 강조한 바 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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