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영업익 9조2천억원…반도체 4조원 못 미쳐
2024-10-31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가 최근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이 지속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 8단 제품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HBM 시장에서 입지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급기야 세계 1위 메모리 자리도 SK하이닉스에 내어줄 위기에 처했다. 이에 본보는 삼성전자의 현재 위기 상황, 경쟁력 제고 방안, 미래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패권을 내준 것은 결단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애초 삼성전자는 HBM가 미래 성장의 주축이 될 것을 미리 인지하고 개발에 착수했으나 수익성과 시장성을 고려해 HBM 개발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의 시장 성장 가능성이 예상외 클 것으로 판단하고 개발·생산에 속도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최초로 HBM을 개발해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에 HBM3 개발, 2022년 1월 HBM3의 JEDEC 표준 사양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6년이 지난 2019년부터 4세대 HBM 개발을 시작했고 2022년 HBM3 ‘아이스볼트(Icebolt)’를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1년 넘게 개발이 늦은 탓에 전 세계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에 선택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HBM 시장서 SK하이닉스 ‘웃고’·삼성전자 ‘울고’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자랑하고 있다.
메모리 업황이 경기 침체 장기화로 주춤하는 상황에도 수요가 견고한 HBM을 내세워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해 공급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을 이미 주요 고객사들에 샘플 공급을 마친 상태이며 4분기부터 고객에게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6세대 HBM(HBM4)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고객이 원하는 HBM3E 제품은 주로 8단인데 HBM3E 12단 제품은 고객 요청 일정에 맞춰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고객 인증을 거친 다음 내년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연내 HBM3E 8단에 이어 12단까지 제품 인증,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제품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 중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을 3분기 내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어 12단 제품도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4분기에 진입한 현재까지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질적인 발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HBM 시장이 HBM3(4세대), HBM3E 8단에서 HBM3E 12단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HBM3E 8단을 과감히 포기하고 HBM3E 12단에 집중하기 위해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실상은 HBM3E 8단조차 퀄테스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퀄테스크 통과가 우선이고 HBM 시장 진입에 대한 고민은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3분기 실적서 차이 극명…영업이익만 3조원 이상 차이 발생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DS 부문이 4조2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4조원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AI 반도체 핵심인 HBM 공급 지연 요인이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관계자는 “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은 전사 영업이익과 시장 컨센서스의 차이보다 더 큰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1조7920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5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8% 증가했다. 순이익은 5조753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3조원 이상 앞선 것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연간 실적에서도 삼성전자는 앞설 것”이라며 “앞으로 SK하이닉스가 올해 HBM3E 8단 시장을 독점한 가운데 4분기부터 본격화하는 12단 시장에서도 독주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후발주자’ 오명 삼성전자 현재 진행형
고유가와 고금리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에서 지난 2022년 하반기 부터 반도체 한파가 몰아닥쳤을 때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반도체 감산에 나서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인위적인 메모리 감산과 투자 축소는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적자의 늪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기술 초격차’를 앞세워 인위적 감산 대신 투자를 지속해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결국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뒤늦은 감산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분기 영업이익이 90% 넘게 줄기도 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이지만 감산이 빠르게 진행됐다면 영업이익 감소를 어느 정도 방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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