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한국인 최초 '노벨 문학상' 쾌거

김성원 기자 2024-10-10 23:10:56
한강 작가. /사진=연합뉴스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면서 "(그의 작품은)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림원은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여러 작가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에게 영감을 줬다"며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아제아제바라아제', '새터말 사람들', '동학제'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났다.

서울 풍문여고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던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후 '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다양한 소설을 발표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소설로 한국 현대사의 어둠과 상처를 형상화했다.

그의 작품들은 국내에서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제적으로도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세 작품을 묶은 소설집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받는 등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여왔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23년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상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노벨상 문학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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