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취약...충전기 10% 지하 3층 이하 설치돼

국내 전기차 충전기 중 3만6000여기는 전문가나 소방당국이 제시하는 '하한선'인 지하 2층보다 아래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화재 대응의 어려움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설치 위치가 확인된 충전기 37만3961기의 10%에 해당하는 3만6884기는 지하 3층 이하에 있었다.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 설치된 충전기는 각각 12만1412기(32%)와 4만3639기(12%)였고 나머지 38%는 지상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없어 자체 과충전 방지 기능이 없는 완속충전기만 보면 지하 3층 이하에 설치된 충전기가 3만5825기였다.

지역별로 서울(27.4%)과 부산(14.1%) 등 대도시의 지하 3층 이하 완속충전기 비율이 높았다.

2023년 도입된 한국전기설비규정에 따라 올해부터 건축허가를 받은 신축 건물은 전기차 충전기를 지하 3층까지만 설치할 수 있다. 이는 작년에 도입된 규정으로, 층수를 셀 때 '주차 구획이 없는 층'은 제외해 실질적으로 지하 3층보다 아래에도 충전기를 놓을 수 있다.

'지하 3층'의 기준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안전기준을 기반으로 설정됐다. 소방활동의 원활함을 고려해 ESS를 지하 9m, 지상 22m 이내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전문기관이나 소방당국은 지하 2층 이내에 충전기를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제정한 '한국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부득이하게 지하에 충전기를 설치해야할 경우에는 지하 2층 이내에 위치하고 충전기는 건물 입구나 경사로 가까운 곳에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열기와 유독가스가 빠져나가기 어려워 소방대원들의 진입과 활동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난 6일 정부는 모든 신축 건물 지하 주차장에는 화재 감지와 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과충전을 예방할 수 있는 스마트 제어 완속 충전기를 확충하는 등의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다.

지하 충전기를 지상으로 올리는 방안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만 밝혔다.

임 의원은 "충전기 설치 위치에 따라 맞춤형 화재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화재 발생 시 대응이 어려운 지하 3층 이하 충전기에 대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