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vs 자회사 싸움으로 번진 한미약품그룹…경영권 분쟁 본격화?

'모녀 대 형제'의 그룹 내 경영권 분쟁으로 화재를 모았던 한미약품그룹이 또다시 논란에 중심에 올랐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의 손을 들어줬던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돌연 7월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3자 연합'을 구성하고 독자 전문경영을 선포함에 따라 불거졌다.

이에 격분한 지주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한미약품 대표이사(사장) 직급을 하루아침에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시켰고, 한미약품은 해당 조치가 '무효'라고 맞받아쳤다. 이로 인해 상황은 더욱 절정에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사장 직위 전무 강등에 '대표권 남용의 사례'…직책 변함 없을 것"

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임종훈 대표이사가 박재현 사장 직위를 전무로 강등한 것과 관련해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원칙과 절차 없이 강행된 대표권 남용의 사례"라면서 "지주사 대표의 인사발령은 모두 무효이며, 대표의 권한과 직책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약품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에서 벗어나 박재현 사장 중심 아래 독자 경영을 본격화한다고 선언했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지주사에 인사와 법무 업무 분야를 위탁하고 수수료를 내왔다. 앞서 박재현 대표이사가 전날 한미그룹 인트라넷에 본인 명의로 인사를 내면서 한미약품 경영관리본부 안에 인사팀과 법무팀 등을 신설을 알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의 손을 들어줬던 신동국 회장이 지난 7월 돌연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3자 연합'을 구성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주총에서 뺏겼던 경영권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이후 한미약품은 독자경영을 선포하고, 그동안 지주회사에 위임해 왔던 인사 부문을 독립시키고, 한미약품 내 인사조직을 별도로 신설했다.

독자경영에 필요한 여러 부서를 순차적으로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모녀와 신동국 회장이 언급해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의 시작이라고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그동안 한미약품은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로서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손발을 맞춰왔다"며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중심 독자 경영 성과가 지주회사 등 전사의 선진적 경영 구조 확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격분한 임종훈 사장이 이끄는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28일 박재현 사장의 직위를 '전무'로 강등시켰다. 업무도 제조본부 담당으로 축소했다.

박재현 대표 사태, 경영권 분쟁 예고편…한미약품 측 "강등 인사발령 부적절, 독자경영으로 갈 수 밖에 없어"

업계는 이번 사태가 경영권 분쟁의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재현 사장은 지난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에게 단행한 강등 인사발령이 적법하지 않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저녁 임원 회식 자리에서 임 대표와 회사 경영에 관한 얘길 나눴기 때문에 강등 인사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고 밤 10시쯤 알게 됐다"며 "한미약품에 30년 몸담았는데, 최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의사결정 방식은 고 임성기 창업주 체제에서 단 한번도 못 보던 거라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 대표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존중한다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계열사 대표에게 인사권을 맡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저에 대한 임 대표의 직위 강등 조치만 봐도 계열사를 오너가 관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며 "대주주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이 그리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만들려면 한미약품은 독자경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일 한미약품 이사회 소집…박재현 대표 해임 요구 예상 

임종윤, 종훈 형제 역시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 사내이사 요청으로 인한 이사회가 금일 열리기 떄문이다. 상법과 한미약품 정관 등에 따르면 이사의 이사회 소집 요청 시 대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소집을 거부할 수 없다.

이 자리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해임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임종윤 이사는 박 대표의 ‘북경한미약품 이사회 의장 셀프 임명’을 문제삼았다.

박 대표가 한미약품 이사회 결의 없이 독자적으로 자신을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에 임명해 정관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임종윤 이사 측은 이러한 인사가 이사회를 무력화해 중대한 정관 위반 행위라고 보고 있다. 임종윤 이사는 ‘직무에 관해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는 경우 회사는 주주총회 결의에 의해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는 상법 조항을 들어 박 대표의 해임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미약품의 현재 이사진 구성은 7대 3으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에 유리한 상황이라 임종윤 이사의 뜻대로 의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만약 임종윤 이사 측 제안이 가결되면 이사회 종료 이후 공시가 나오고 박 대표를 해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