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본격화된 한미그룹…'전문경영인 체제' 추진

송영숙 회장, 8일 보도자료 통해 경영일선 물러나겠다는 의사 밝혀
송영숙·임주현, 신동국 회장과 주식매매계약…공동의결권 작성
한미약품, 자회사 북경한미 감사 착수…"코리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 제기 따른 조치"

황성완 기자 2024-07-09 08:51:59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다시금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두 모녀가 유리한 상황이다. 한미그룹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편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들은 경영권 탈환에 나설 예정이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경영일선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 지원…더욱 발전한 한미의 모습 보여드릴 것"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동국 회장과의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및 주식매매 계약 체결과 관련해 "늘 한미를 돕겠다고 하셨던 신 회장의 대승적 결단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저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한미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신 회장은 저희에게 가족과도 같은 분"이라며 "임종윤·종훈 사장을 지지하기로 했던 지난번 결정에도, 그리고 이번에 저와 임주현 부회장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결정에도 모두 감사드리는 게 저의 솔직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지분을 해외 펀드에 매각해 한미의 정체성을 잃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판단과,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가야 한다는 판단을 최근 신 회장께서 내리시고 저희에게 손을 내미신 것으로 안다"며 "신 회장과 대주주 가족이 힘을 합쳐 더욱 발전된 한미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지난 3일 일부 지분을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회장(한양정밀)에게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총 6.5%, 444만4187주)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의결권공동행사약정)을 작성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 송영숙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은 세 사람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약 35% 지분 외에도, 직계가족과 우호 지분까지 더해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하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소식에 형제 측 묵묵 부답…"신동국 회장과 접촉"

형제 측은 이 같은 상황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지난 3일 송 회장과 신 회장의 계약이 발표되자 "단순 지분 매매일 뿐 경영권과는 관계없다"며 "경영권 분쟁 의혹 최초 유포자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선바 있다.

다만, 이날 송 회장의 입장 발표에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형제 측은 이번 상황의 핵심에 있는 신동국 회장과 전화하는 등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간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한미약품 본사.

이날 한미약품은 감사위원회 요청에 따라 자회사인 북경한미 내부 감사에도 착수했다. 이는 최근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 코리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업계에선 북경한미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을 코리그룹의 자회사 북경룬메이캉에 넘겨 유통하는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북경한미의 지원을 통해 벌어 들인 코리그룹 수익을 이용해 또 다른 투자 기업인 코스닥 상장사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에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최근 임원들에게 "한미약품 경영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위중한 사안으로 생각했고 감사위원회에서도 해당 내용의 심각성을 인지해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회사의 투명한 경영을 위해 북경 한미와 관련한 의혹은 반드시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종윤 이사와 DXVX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임종윤 이사를 폄하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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