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 맞은 한미그룹…가족 경영권 분쟁 재점화

두 모녀, 신동국 회장과 공동의결권 계약…한미사이언스 과반 근접 지분 확보
송영숙 "지속가능한 한미약품그룹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 위해 결단"
황성완 기자 2024-07-04 13:06:07
송영숙·임종훈 공동대표에서 임종훈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새 국면을 맞았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두 모녀가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지분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경영권 탈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봉합된 것 같았던 두 모녀, 형제 등 가족간의 갈등 역시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송영숙·임주현, 신동국 회장과 주식매매계약…공동의결권 작성

4일 법무법인 세종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전날 일부 지분을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회장(한양정밀)에게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총 6.5%, 444만4187주)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의결권공동행사약정)을 작성했다.

계약에 따라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 송영숙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은 세 사람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약 35% 지분 외에도, 직계가족과 우호 지분까지 더해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하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세종은 이번 계약으로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했고, 소액주주들의 정당한 주식 가치 평가를 방해했던 '오버행 이슈'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 사진=한미그룹

앞서,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지난 3월 OCI그룹과의 통합을 위해 함께 뜻을 모은 바 있으나, 주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무위에 그치게 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한미약품그룹을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며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식 가치가 30% 이상 하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송 회장과 신 회장측은 "그룹 경영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들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큰 어른으로서, 이같은 혼란과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지속가능한 한미약품그룹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약을 전격적으로 합의한 만큼,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어떠한 외풍에도 굴하지 않는 건실한 기업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가족의 큰 어른으로서, 신 회장은 임성기 회장의 막역한 고향 후배로서 한미약품그룹의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신 회장은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 도입을 통해 한미가 글로벌 제약사로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하고, 지원토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자 가족 등 대주주(이사회 구성원)와 전문 경영인이 상호 보완하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형태의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한미약품그룹은 기존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쇄신하고, 현장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재편,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 강화를 통해 경영을 시급히 안정화시킬 방침이다.

대주주는 사외이사와 함께 참여형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 경영을 지원하고 감독하는 한편, 회사의 투명성을 보다 높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한미의 위상을 다시 높여 나갈 계획이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사장, 임주현 사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공동의결권 체결로 모녀 VS 형제간 갈등 재점화

두 모녀가 최대주주 신동국 회장과 공동의결권을 체결함에 따라 한미약품그룹 가족간의 갈등은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 회장(11.93%)과 임 부회장(10.43%) 및 그 일가친척, 가현문화재단(5.02%), 임성기재단(3.07%)에 더해 신 회장(12.43%)을 아우르는 특별관계자들의 지분은 총 48.19%로 의결권 과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임종윤, 임종훈 두 형제는 약 19%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5월 송영숙 회장을 공동대표에서 해임하고, 임종훈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한편, 경영권 분쟁 예고에 한미사이언스 주가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전 11시 기준 해당 주가는 3만3000원으로 전날 대비 5.94% 상승했다. 장 초반 주가는 13.8% 치솟은 3만5450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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