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재 SK하이닉스 부사장 “HBM 성공신화 비결은 우리만의 압도적 기술력”

박 부사장 “최고 기술진 15년 이상 HBM 연구·개발 집중”
삼성전자 연구인력 영입 루머 “사실무근”
신종모 기자 2024-06-27 11:09:40
“최고의 기술진이 15년 이상 고대역폭 메모리(HBM)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갈고 닦은 고유의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다.”

박명재 SK하이닉스 HBM설계 담당 부사장이 27일 자사 뉴스룸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명재 SK하이닉스 HBM설계 담당 부사장. /사진=SK하이닉스


박명재 부사장은 “지난 2010년대 중후반 HBM설계 조직은 공공연히 오지로 불렸다”며 “SK하이닉스가 HBM2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무엇보다 시장 성장이 예상보다 더뎠던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비관론이 쏟아졌는데 우리는 HBM이 SK하이닉스 고유의 기술력을 보여줄 기회이며 최고의 제품만 개발하면 이를 활용할 서비스는 자연스레 생길 것이라고 확신했다”면서 “이것이 HBM2E를 비롯해 후속 제품들의 개발을 밀고 나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HBM이 처음 세상에 나온 건 2013년 12월이다. 앞선 2009년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 SK하이닉스는 이를 구현할 기술로 TSV(Through Silicon Via)에 주목했다. 4년여의 개발 끝에 2013년 세계 최초로 TSV에 기반한 1세대 HBM을 내놨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HBM으로 주목받기까지는 이후로도 많은 시간이 지났다. 지난 2010년대에는 당시로선 ‘필요 이상으로’ 속도가 빠르고 용량이 큰 HBM을 받아들일 만큼 컴퓨팅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가 2세대 제품인 HBM2를 개발하는 데 난항을 겪었던 시기에는 HBM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박 부사장은 당시를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한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성공의 키(Key)는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1등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이를 위해 절치부심하며 HBM2E 개발에 나섰다고 회상했다.

박 부사장은 “HBM2E부터는 외부 기대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목표로 잡고 협업을 강화했다”며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을 조화롭게 접목해야 하는 HBM의 경우 유관 조직과의 협업으로 난제를 풀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게 특히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덕분에 많은 기술 발전을 이뤘는데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HKMG(High-K Metal Gate), Low-K IMD(High-K Metal Gate) 등 주요 요소 기술과 현재의 기틀이 된 설계 및 테스트 기술들이 모두 이때 기반을 다지게 됐다”고 전했다. 

박명재 SK하이닉스 HBM설계 담당 부사장. /사진=SK하이닉스


HBM3 주도권 경쟁서 SK하이닉스가 1위 굳히기 성공

지난 2020년대 초반 시장에서는 메모리 업체 간 HBM3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공격적인 기술 개발 및 투자를 지속해 온 SK하이닉스가 1위 굳히기에 성공한 것이다.

박 부사장은 “당시 SK하이닉스는 기술력은 물론 고객 관계 및 품질 측면에서도 계속해서 혁신을 시도했다”며 “마침내 압도적인 성능과 특성을 앞세운 HBM3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고, HBM 1위의 지위를 확실히 인정받게 됐다”고 했다. 

이후 ‘HBM 성공신화’는 거침없이 이어졌다.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용량 12단 HBM3를 개발한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8월 HBM3E를 공개하며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박 부사장은 “인공지능(AI) 기업 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우리는 HBM을 개발하는 데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SK하이닉스는 설계 검증의 혁신을 거듭하면서 제품 설계 완성도를 높이고, 개발 및 양산 초기부터 고객사와 협력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지난 3월 HBM3E 양산에 이어 고객에게 가장 먼저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 부사장은 성공의 비결이 ‘성능, 품질, 시장 대응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HBM은 업계 최고의 속도, 성능을 갖췄는데 특히 여기에 적용된 당사 고유의 MR-MUF 기술은 고성능으로 인한 발열을 가장 안정적으로 줄여 세계 최고 성능 구현에 기여했다”며 “게다가 우리 회사는 준수한 품질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능력도 빠르게 갖췄고  고객 대응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이러한 종합적인 경쟁 우위가 HBM3E를 명품 반열에 올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부사장은 구성원 모두가 자만에 빠지지 않고 원 팀(One Team)이 돼 기술 혁신에 매진해 온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HBM 2세대를 제외하곤 줄곧 1등으로서 후발 주자를 따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특히 세대마다 성능은 50% 높이면서 전력 소모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는데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지만 패키지, 미래기술연구원 등 많은 조직이 힘을 보태면서 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박 부사장은 HBM 개발 공로를 인정받고 지난 5일 회사 핵심 기술진과 함께 SK그룹 최고 영예인 ‘2024 SUPEX추구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 부사장은 “제품 개발에 기여해온 수많은 구성원을 대표해서 SUPEX추구 대상을 수상하게 돼 송구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HBM은 우리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AI 기술 발전을 이끌며 사회 전체에 크게 기여한 제품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회사가 역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명재 SK하이닉스 HBM설계 담당 부사장.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 인력 영입 사실무근”

박 부사장은 얼마 전 HBM 개발과 관련돼 삼성전자 인력을 영입했다는 루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명확히 짚었다. 앞으로도 경쟁 우위를 확고히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는 “SK하이닉스의 HBM은 지난 15년간 구성원들이 피땀 흘려 쌓은 기술력의 결실”이라며 “얼마 전 경쟁사의 HBM팀이 SK하이닉스로 넘어와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무근의 루머가 있었는데 온전히 우리 힘으로 기술 개발을 해낸 SK하이닉스 구성원들로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 HBM은 명확하게 자체 기술이며 당시 경쟁사에서 우리 HBM 설계 조직에 들어온 인력은 1명도 없었다”면서 “우리 기술력이 그만큼 대단하기에 헛된 루머가 돌 정도로 유명세를 치렀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우위를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마음을 다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위상을 지키고 강화하려면 지속적인 혁신이 필수“라며 ”특히 HBM이 커스텀(Custom) 제품으로 다양해짐에 따라 앞으로 고객 및 파운드리 업계와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부사장은 HBM 외의 차세대 AI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미래 포부를 밝혔다.

그는 “HBM뿐 아니라 CXL(Compute Express Link), PIM(Processing-In-Memory), 3D D램 등 다양한 AI 메모리 기술이 앞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차세대 AI 메모리 분야에서도 선도 지위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HBM은 SK하이닉스 비즈니스 영역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확장한 시발점이기도 하다”면서 “앞으로도 HBM설계 조직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구성원들과 오래도록 다져온 기술력과 협업 시스템을 믿고 혁신을 거듭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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