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100억원대 횡령, 올초 아닌…지난해 9월부터 시작돼"

당초 범행시점은 "올초부터"라고 밝혔으나
…최근 "지난해 9월부터"라고 정정해 공시
우리은행 직원 A씨 경찰 진술에 의존한 탓
내부통제, '이상징후 감지' 수준 그쳐 '한계'
권오철 기자 2024-06-24 16:48:13
우리은행이 최근 드러난 직원 A씨의 100억원대 횡령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시해 주목된다. 특히, 우리은행이 당초 파악한 A씨의 범행시점은 '올초부터'였으나, 이번 공시에서 범행시점은 '지난해 9월부터'라고 정정했다. 현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이상징후를 감지하더라도 구체적인 범행사실을 잡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4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1일 경남 김해 소재 우리은행 직원 A씨의 '부당대출 취급 및 편취' 관련 금융사고 사실을 공시했다. 금융사고 금액은 105억2000만원이며, 발생 기간은 2023년 9월6일부터 2024년 5월28일까지다. 

우리은행은 공시에서 금융사고 발견 경위에 대해 "자체 내부통제 점검에 의해 단기여신 부당대출을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은행법 제34조의3제3항, 은행법시행령 제20조의3제5항에 따르면 은행은 3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사고 내용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고,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은행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공시해야 한다.

우리은행 본점. 사진=권오철 기자 

'15일 이내'라는 공시 기한을 감안할 때 우리은행이 금융사고를 인지한 시점은 6월에 들어서서다. 앞서 우리은행은 5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A씨 관련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당시에는 금융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이상징후 발견 후 한 달가량을 단지 의심하는 단계에 머물렀던 것이다. 

이후 우리은행은 지난 7일 A씨에게 소명을 요구했고, 압박을 느낀 A씨가 3일 후 경찰에 자수했다. 우리은행이 의심을 넘어서서 금융사고 사실을 명확히 규정한 시점은 이때부터다. 우리은행이 금융위에 신고한 시점도 A씨의 자수 직후다. 

그러나 이때조차 범행시점은 파악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당초 A씨의 범행 시기와 관련 "올초부터 최근까지"라고 밝혔었다. 이조차 내부통제 점검을 통해 발견한 것이 아닌 자수한 A씨의 진술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이후 일각에선 'A씨가 지난해 7월부터 범행한 것으로 경찰에 진술했다'고 알려지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이후 새롭게 나온 정보가 이번 공시다. 실제로 범행시점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갔다. A씨가 지난해 9월부터 범행한 것으로 사실일까?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 진술도 있으며, 의심정황 계좌가 9월부터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다 정확한 사건 내용은 다음 달까지 이어지는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 12일부터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우리은행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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