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 PB 부당 우대 의혹 공정위 심의 D-1… 유통가 'PB영업' 제동 걸릴까

홍선혜 기자 2024-05-28 10:16:02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부당 우대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되면서 유통업계도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쿠팡은 이에 대해 오는 29일 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된다. 사실관계에 대한 공정위와 쿠팡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결과 예측이 안개속이다. 

안건의 핵심은 쿠팡이 상품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정해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의 검색 순위를 상위에 고정 노출했는지 여부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9일 해당 사안에 대한 전원회의 심의를 진행한다.

쿠팡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기본적으로 '쿠팡 랭킹순'으로 정렬된 검색 결과가 나온다. 앞서 지난 2022년 참여연대에 따르면 쿠팡은 임직원의 후기로 PB제품을 상단 노출했다는 의혹을 제시하면서 소비자들을 상대로 구매유도를 부추겼다. 

쿠팡 로켓배송


이에 따라 공정위는 오는 29일 내달 5일 전회의를 통해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쿠팡도 물러서지 않았다. 참여연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랭킹을 임위적으로 조적하거나 변경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쿠팡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은 상품평 외에 판매량, 고객 선호도, 상품 정보 충실도 등을 종합해 노출되며 임직원 체험단 평점은 일반인 체험단 평점보다 반영도가 낮다는 것이다.

이어 "쿠팡은 우수한 PB 상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자 지난 5년간 1조2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규제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언론 등을 통해 이 사건의 본질을 PB 상품 우대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모든 유통업체에서 이뤄지는 상품 진열 방식을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랭킹은 판매 실적과 고객 선호도, 상품 경쟁력, 검색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고 쿠팡은 해명했다. 반면 공정위는 쿠팡이 이런 기준과 무관하게 자사 PB 상품이 랭킹 상위에 올라가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미 공지한 기준과 달리 자의적으로 알고리즘을 운영했다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것이 공정위 입장이다.

하지만 쿠팡 측은 랭킹의 알고리즘 조정·변경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해당 알고리즘은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고객이 찾는 상품을 먼저 보여주도록 설계됐는데 공정위가 이를 조작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쿠팡은 또 공개된 기준 외에 고객 편의와 만족도 향상을 위한 추가 요소가 수시로 반영될 수 있다고 안내하는 등 알고리즘 운영 방식을 충분히 설명한 만큼 소비자 기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쿠팡이 PB 상품 출시와 동시에 임직원을 동원해 구매 후기를 조직적으로 작성·관리해 해당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심사 대상이다.

특히 쿠팡은 심의 내용과 별개로 온라인 플랫폼 검색 순위를 규제하려는 데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소비자 동선과 판매 전략을 기반으로 상품을 진열하는 대형마트 등의 오프라인 플랫폼처럼 온라인에서는 검색 순위가 플랫폼 고유의 진열 방식인데 이를 규제하는 것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쿠팡은 주장했다.

쿠팡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검색 결과에 기계적인 중립성을 강제한다면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찾기 어렵게 되고 신규업체의 시장 진입과 중소업체의 판매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심사 결과가 각 업체가 보유한 PB 영업 관행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대형마트의 경우 이마트는 '피코크'와 '노브랜드',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시그니처'와 '심플러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와 '오늘 좋은' 등의 PB를 운영하며 고객들의 손길이 잘 닿는 곳에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대부분의 인기 PB상품을 매출이 최대 4배 오르는 '골든존' 매대에 진열하는 상황에서 쿠팡 PB 진열만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 이라고 주장했다.

이커머스에서도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업체들은 통상 PB 상품만 모은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관리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물가 속에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내세워 입지를 넓혀가는 PB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 까지 PB상품제품을 상단에 배치했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던 경우는 없었다”며 “규제가 발생한다면 물가안정에 기여했던 PB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PB제품을 상단노출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반박하거나 피해를 보는 경우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고물가 시대에 좀 더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게 소비자들의 심리고 이에 맞춰서 가성비 PB제품을 상단노출 시키는 건 매우 본질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일반 PB 상품을 규제할 의도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는 PB 상품 개발·판매 등을 금지해 물가 부담을 가중하는 규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속이는 불공정한 행위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유통시장에서의 PB 매출 비중은 3%로 조사 대상 50개국 중 43위에 그쳤다. 이는 스위스(52%), 영국(46%), 독일(37%), 미국(17%)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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