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디바이스 AI 적용·HBM 시장 주도권’ 사업전략 구체화
2024-03-20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어드밴스드 패키징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
패키징 기술은 여러 반도체를 수직 또는 수평으로 연결해 또 다른 반도체를 만드는 것으로 반도체 업계의 주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개발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어드밴스드 패키징(AVP)팀을 꾸린바 있다.
AVP팀은 지난 1월에 열린 ‘CES 2024’에서 무어의 법칙 이후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비욘드 무어’ 비전에 맞춰 2.5차원 패키지 I-Cube E, I-Cube S, 3차원 패키지 X-Cube HCB, TCB 기술 및 제품을 선보였다.
주요 외신도 삼성전자의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설비 투자에 주목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 규모를 종전보다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WSJ는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대한 반도체 투자를 기존 170억달러(약 23조원)에서 44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오는 15일 테일러시에서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WSJ는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WSJ는 삼성전자가 현재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옆에 추가로 200억달러를 들여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고 또 40억달러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추가 투자 계획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美 인디애나주에 차세대 HBM공장 건설
SK하이닉스는 지난 5일 38억7000만달러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퍼듀(Purdue) 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핵심인 HBM의 생산 공장을 해외에 짓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만큼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대한 첨단 후공정 분야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AI 분야 빅테크 고객들이 집중돼 있고 첨단 후공정 분야 기술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인디애나에 건설하는 생산기지와 연구개발(R&D) 시설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 업계 최초로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시설을 미국에 건설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SK하이닉스는 갈수록 고도화되는 고객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맞춤형 메모리 제품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美 투자 발표 서두른 이유가 보조금 때문?
일각에서는 미국 상무부의 보조금 지원 발표가 임박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현지에 투자 계획을 서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정부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 2021년 투자를 발표한 삼성전자가 아직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이에 SK하이닉스에도 실제 보조금이 지급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2년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하고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를 책정했다. 아울러 자국 반도체 업체인 인텔에는 반도체법상 최대 규모인 195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삼성전자가 60억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도했다.
이와 별개로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주정부로부터 최대 약 92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약속받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투자를 늘리는 것은 미국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 지급을 예고하면서다”며 “미국에 AI 분야 빅테크 기업 고객들이 몰려 있고 현지 생산을 무기로 AI 반도체 수요가 큰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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