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 스토리] '구원투수' 이석희 SK온 사장...산적한 과제, 노하우로 타개

SK하이닉스 시절 노하우, SK온 산적 과제 해결 가능할까…흑자전환 및 IPO 임무 막중
LFP 배터리에 국내 3사 중 가장 적극적
올해 전방산업 부진으로 흑자전환 요원하다는 분석도 나와
박재훈 기자 2024-03-18 09:17:00
기업은 이익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경쟁에서 승리하고 지속성장을 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결정권자인 C레벨(CEO, CFO, COO, CIO 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에프엔에서는 주요 기업 C레벨의 행보를 분석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 가치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연말 지동섭 전 대표의 뒤를 이어 SK온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인물로 선임됐다. 전기차 붐이 일면서 주력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터리 산업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경쟁사 및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한 인선이다.

이 사장은 인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를 거쳐 SK하이닉스 DRAM 개발부문장, 사업총괄(COO) 등을 역임하고 ‘인텔 기술상’을 3차례 수상하는 등 엔지니어 출신으로 '제조업' 전문가라는 평을 받는고 있다. 올해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침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SK온을 톱티어 배터리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행보를 보일지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석희 SK온 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에서의 노하우 SK온에서의 솔루션 될 수 있을까

이 사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 무기재료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인텔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반도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후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교수를 지내고 2013년 SK하이닉스로 돌아와 미래기술연구원장과 D램개발사업부문장을 거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으며 2019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2022년 3월까지 SK하이닉스를 이끌었다.

이석희 SK온 사장. /사진=SK온

공장과 제조업 전문가라고 평가받는 이 사장은 SK온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배터리 수율문제와 실적개선을 이끌어야하는 과제를 떠안고 사장자리에 선임됐다. 1963년생인 지동섭 전 사장과 2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 이 사장의 인선은, 세대 교체 보다 이 사장이 가진 노하우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서 이 사장은 자신의 임무 달성의지를 보이기 위해 흑자 달성 전까지 본인의 연봉을 20%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 사장은 올해 초 취임 후 첫 임원 간담회에서 "2024년은 '턴어라운드 원년'이라는 막중한 소명 속에 CEO와 임원이 사활을 걸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주문한 만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아직 요원한 흑자 전망…IPO라는 목적지 마냥 멀까

SK온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70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분기 별 실적에서 적자폭을 줄여오던 것과 달리 되려 적자 폭이 커진다는 예상이다. SK온의 지난해 연간 전체 영업손실은 5818억원이다.

흑자 전환은 SK온의 가장 큰 갈증이자, 이석희 사장을 선임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SK온은 지속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 2021년부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해 영업손실 금액은 ▲2021년 3102억원 ▲2022년 1조727억원 ▲2023년 5818억원 등을 기록했다. 점차 줄어들 기미를 보였던 적자 폭이 다시 커지면서 흑자 전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분기별 실적은 ▲1분기 3449억원 ▲2분기 1322억원 ▲3분기 861억원 ▲4분기에는 1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던 상황이다.

SK온 서산 공장 전경. /사진=SK온

올해 상황은 더욱 어렵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캐즘존(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현상)에 들어서면서 둔화세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늦어도 올해 말 정도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흑자전환으로의 갈 길이 더 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흑자전환의 목적은 IPO(기업공개)를 위한 초석이다. SK온은 오는 2025년을 IPO 시점으로 목표로 설정하고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자금을 받고 있는데, 흑자전환을 통해 손익분기점을 넘겨야지만 IPO 이후에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이를 의식하듯 이 사장은 IPO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4에 얼굴을 비춘 이 사장은 IPO시점에 대한 질문에 대해 "흑자전환을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IPO시점은 크게 바뀐 것이 없고 2025년 이후 진행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여전히 요원하다. 전방산업의 침체와 더불어 커지는 적자폭을 개선할만한 뚜렷한 청신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의 기업가치는 2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올해는 4조원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자금조달에 대한 상황이 녹록치가 않아 이것이 SK온의 발목을 잡을 우려도 제기된다. 배터리 업계관계자는 "비록 전기차 시장의 업황이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어느정도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데, 해외공장의 경우 가장많은 자금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늦출 수 없는 기술 개발…경쟁력 끌어올릴 신기술과 로드맵 진행상황은?

앞서 말했듯 올해 전기차 산업의 상황이 좋지 않다. 때문에 이에 대한 이차전지 기업들에 대한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 해다. SK온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전기차 시장 둔화세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계획을 수정시키는 주된 요인이었다. SK온도 협업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과의 계획에 수정이 필요했다.

포드와 합작해 설립하기로 한 미국 켄터키 2공장의 가동 시기도 2026년에서 연기되기도 했다. 외형성장을 위해 투자를 지속해왔던 부분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지난해 11월 SK온의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조지아 주 배터리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한다고 밝혔다.

여러 배터리 기업들이 올해는 '내실다지기'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 만큼 올해는 외형성장보다는 향후 경쟁에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기술력 개발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석희 SK온 사장이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해 기자단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온은 기존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인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에 더해 글로벌 경쟁에서 또 다른 날개인 LFP(리튬·인산·철)배터리 개발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인터배터리 2024에 참석한 이 사장은 "내부적으로 LFP배터리 개발이 완료됐으며, 고객과 구체적 협의가 완료될 경우 2026년부터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LFP배터리의 양산은 빨라질 수록 상황은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캐즘존이 장기화될 경우 학계와 업계에서는 2~3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완성차 업계는 판매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LFP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가격에서 40%를 차지하는 만큼 LFP배터리는 당분간 전기차 시장에서 NCM배터리보다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로 주목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사장은 "중국배터리 기업들이 LFP 배터리를 먼저 양산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지만 북미 지역 시장 등을 고려하면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LFP 배터리를 해도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인터배터리2024에서 SK온은 LFP배터리 계획말고도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여럿 소개했다. 이번에 소개한 기술 중 하나는 SF+배터리였다.

SF+배터리는 SK온의 어드밴스드 듀얼레이어를 통해 기존 SF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와 급속충전 시간이 단축된 프리미엄 셀이다. 빠른시간안에 충전이 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의 양극재가 적용되는 배터리다. 18분만에 셀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한편, 이 사장은 기존 기존 2170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이 5배 이상 늘어난 제품인 46파이 배터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11일 산업부 배터리 얼라이언스에서 이 사장은 "46파이 배터리 시제품을 곧 만들 예정이지만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임 체인저' 전고체 배터리 개발현황은?

SK온 부스에 전시된 미래 배터리 기술 로드맵. /사진=박재훈 기자


인터배터리에서 SK온은 미국의 사이온 배터리와 협력 개발 중인 리튬메탈 배터리도 소개했다. 솔리드파워와의 기술 라이센스 협약을 통해 개발 하고 있는 황화물계 고체 배터리는 곧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핵심기술 고도화와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SK온의 파일럿 라인은 오는 2025년까지 구축을 완료하고, 60Ah 이상의 전기차 셀을 연간 최대 3만개 생산할 예정이다. 상용화 목표시점은 2029년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다.

앞서 SK온은 인터배터리 2023에서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두 가지 종류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는데. 두가지 종류 모두 2026년 파일럿 제품을 생산하고 2028년에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었다.

상용화 목표 시점과 파일럿 라인을 통한 제품 생산은 1년 정도씩의 변화가 생겼지만, 계속해서 시점을 앞당긴다는 입장이다. 다만,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고 밝힌 만큼 속도를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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