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덮친 집게 손 논란...'남혐 논란' 문제로 확산
2023-12-04
국내 게임 업계가 넥슨과 크래프톤 등 일부 게임사들을 제외하고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게임사의 핵심 수익모델 중 하나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크래프톤 제외한 국내 게임업계, '영업익 감소·적자전환' 기록…"모바일 게임 주력 원인"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이른바 '3N'과 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등 '2K' 중 성장세를 이어간 곳은 넥슨과 크래프톤 뿐이다.
넥슨은 지난해에도 기존 게임과 신작이 국내외에서 고르게 성장하면서 연매출 3조9323억원, 영업이익 1조25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0%, 30%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고치이다.
크래프톤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인도 시장 재진입 등 영향으로 지난해 연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을 신고, 전년 대비 각각 3.1%, 2.2% 늘었다.
이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집중한 나머지 사업 다각화에 실패한 것이 원인으로 해석된다. 물론 중국의 게임 규제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K-게임의 실적 부진 이유로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도 꼽힌다.
국내 업계는 지난 10여년간 모바일 게임에 집중해 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 세계 게임 시장은 다시 PC와 콘솔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은 게임 이용 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는 월간 이용자 규모는 1억3200만명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성장세를 이어간 넥슨과 크래프톤의 경우 모바일 보다는 PC와 콘솔 부문 매출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넥슨의 PC·온라인 게임 부문은 전년 대비 25% 성장하며 같은 기간 모바일 게임 매출 성장률(9%) 3배 이상 앞섰다. 크래프톤 역시 인기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PC·콘솔 매출이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정부,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본격화…'확률형 아이템 유형·표시정보' 등 규정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 내달부터 게임업계의 수익모델인 확률형 아이템까지 강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상황은 더욱 안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확률정보 조작 등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오는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전자상거래법상 동의의결제를 도입해 게임사들이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에 직접 보상을 하게 된다. 게임 아이템 소액사기 관련 수사 인력도 대폭 확대된다.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 유형 및 구체적 의무표시사항 ▲표시 의무 대상 게임물 및 예외 인정 게임물 범위 ▲확률 표시 방법을 규정해 이용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에서 무작위로 제공되는 아이템으로, 게임 유저가 이를 구매하면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제공된다. 과거 국내 게임업계에서 월 정액제 등 게임의 유료화를 도입하려 했으나 이용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심하자 부분 과금식으로 확률형 아이템이 도입됐다.
이 수익모델은 유저가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희박해 다른 유료 상품과는 비교 불가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논란을 빚었던 넥슨 메이플스토리 '큐브'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가 있다.
개정안은 게임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컴플리트 가챠 ▲천장제도 등 확률형 아이템 유형과 유형에 따른 표시정보 등을 빠짐없이 규정했다.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 유형이 등장할 경우, 문체부 장관이 고시로 확률정보 등을 표시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했다.
업계 측 "확률형 아이템 시행된다면 더욱 어려워져"…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에 대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글로벌 게임산업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규제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당분간 게임 시장은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로 게임업계를 옥죄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먹튀 등은 이미 국내 게임사들이 충분히 준비하고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그럼에도 과거 사례를 싸잡아 불공정 사례라고 말하는 것은 정부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나설 것이 아니라 게임업계가 자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게임사들이 현재의 확률형에 의존하는 BM(비즈니스 모델) 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건 맞지만 이를 정부 규제라든지 법으로 강제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게임사들이 저마다의 게임을 창작해내는 문화가 되도록 자정 작용을 독려하고 응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