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로 번 돈 바이오에 투자"…레고켐바이오 품은 오리온 '주가 급락'

홍선혜 기자 2024-01-17 16:47:54
오리온이 제약·바이오산업을 키우겠다고 선언한지 3년 3개월 만에 제약회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25%를 5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섰다. 그러나 주가는 급락하며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제과에만 의지하던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실적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우려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레고켐 인수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리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51% 하락한 9만 6600원에 거래를 마쳤고, 17일은 다시 전 거래일 대비 7.04% 하락한 8만 9800원으로 추락했다. 업계는 바이오 분야 특성상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점 등이 오리온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리온 본사 전경 

오리온은 지난 16일 홍콩 자회사를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을 통해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 등이 가진 주식 140만 주를 787억원에 매입하고 4698억 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지분 25.7%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한다. 

앞서 레고켐바이오는 2005년 설립된 기업으로 차세대 항암치료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과 합성 신약 관련 기술을 보유한 제약회사다.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기술이전 계약 총 13건을 맺었는데, 기술이전료를 전부 합치면 8조 7000억원에 달한다.

오리온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만9000원에 796만3283주를 배정받고, 구주는 창업자 김용주 대표이사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기준가 5만6186원에 140만주를 매입해 총 936만3283주를 확보함으로써 전체 지분 25%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오리온 바이오 사업 추진 현황. / 사진=오리온 

오리온은 이미 2017년부터 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한 바 있으며 2019년 주주총회에서 바이오의약품, 의생명과학제품 개발, 제조, 상업화, 유통, 수출, 판매사업 신의약품 제조 관한 연구개발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하며 2020년부터 바이오시장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다.

2020년 10월에는 오리온홀딩스와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이 합자 계약을 맺고 다음해 3월 산둥루캉하오리요우라는 합자 법인을 설립해 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를 세우고 대장암 체외 진단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에는 2022년 12월 질환 치료제 개발업체인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해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한편 이번 대규모 M&A로 인해 이번 투자의 최대 수혜자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 담서원 상무가 아닌 담경선 오리온재단 이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담 이사가 레고캠바이오 인수 주체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의 지분 약 1.61%를 소유한 데 비해 담 상무의 지분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담 이사와 담 상무는 현재 오리온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1.22%씩 갖고 있다. 모친 이화경 부회장 32.63%, 담 회장 28.73%에 이은 3대 주주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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