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메이플 큐브 확률 조작' 과징금 116억원 부과

넥슨 "이용자분들께 실망 안겨 죄송…공정위 결정 겸허히 받아들여"
"이번 사안,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없었던 2016년 이전의 일"
황성완 기자 2024-01-03 14:45:29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메이플)'에서 장비 옵션을 재설정·업그레이드하는 '큐브'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한 넥슨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16억원의 과징금 등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 넥슨코리아에 과징금 약 116억원 부과

공정위는 넥슨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는 넥슨이 지난 2018년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에서 판매하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거짓, 기만행위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이미 제재를 받은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번 공정위 조사 결과 메이플 및 버블파이터 게임 운영과정에서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중요한 요소인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렸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판교 넥슨 사옥 /사진=황성완 기자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0. 5월에 단기간에 게임 내 자신의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이고자 하는 유저들의 심리를 이용해 그들에게 돈으로 살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를 도입하고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높이고자 했다.

큐브는 게임 내 캐릭터가 착용하는 장비의 옵션을 재설정 할 수 있는 장비다. 장비의 큐브를 사용하면 '잠재 능력'으로 불리는 3개의 옵션이 임의로 장비에 부여된다.

공정위가 공개한 큐브 사용 전후 장비 능력치 변화 예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큐브는 개당 1200원(레드큐브) 또는 2200원(블랙큐브)에 판매됐다. 2000원가량을 내면 원하는 옵션을 뽑을 수 있는 '추첨 기회'를 한번 얻게 되는 슬롯머신 또는 복권과 유사한 구조다.

큐브는 수익모델로서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며, 넥슨의 수익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 측 설명이다.

넥슨은 큐브 상품 도입 당시에는 옵션별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으나, 2010년 9월부터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확률 구조를 변경했다.

2011년 8월 이후에는 선호도가 특히 높은 특정 옵션이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 구조를 재차 변경했다. 이른바 '보보보', '드드드', '방방방' 등 인기 중복 옵션의 당첨 확률이 아예 '0'으로 설정된 것이다.

넥슨은 이러한 옵션 변경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2011년 8월 '큐브의 기능에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의 거짓 공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3년 7월 출시한 '블랙큐브' 아이템의 경우 장비 등급 상승 확률을 지속적으로 낮춰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시 당시의 1.8%였던 해당 확률은 2017년 12월에는 1.4%까지 낮아졌고, 2016년 1월에는 1%까지 떨어졌다.

공정위는 이 기간 넥슨은 '큐브'를 통해 높은 매출을 올렸다며,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인 확률을 누락하거나 기만했다며 과징금 부과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가장 높은 액수로, 종전 최고액은 2019년 음원상품 허위 광고와 관련해 카카오에 부과된 1억8500만원이었다는 것이 공정위 측 주장이다.

넥슨, 입장문 통해 사과…"큐브 조작, 2016년 이전 일로 현재는 개선 완료"

이와 관련해 넥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공정위의 발표로 이용자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 드린 점 깊이 사과를 드린다"며 "다만, 이번 사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의무가 없었던 2016년 이전의 일로, 현재의 서비스와는 무관한 사안이며, 3년 전인 2021년 3월에 확률정보를 공개해 자발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을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넥슨은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기 이전인 2021년 3월 업계 최초로 큐브형(강화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조사 이후 사후적으로 조치한 것이 아니라, 조사 이전인 2021년 3월 강화형 확률정보를 전면 공개하면서 자발적으로 개선했다는 것이 넥슨 측 주장이다.

또, 넥슨코리아는 당시 이용자분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투명한 정보공개와 신뢰회복을 회사의 대원칙으로 삼아 2021년 12월 전 세계 최초로 게임 내 각종 확률형 콘텐츠의 실제 적용 결과를 쉽게 조회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를 도입했다. 추가로, 2022년 12월에는 이용자들이 직접 확률 데이터를 확인하고 스스로 확률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오픈 API를 도입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넥슨코리아는 "지난 2021년 4월과 2022년 6월, 두 차례 진행된 현장 조사를 비롯해 2년여 간의 공정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해 왔다"며 "공정위에서 문제로 지적한 2010~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을 공개하지 않던 시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적 의무, 사례가 없었던 시기의 사안에 대해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넥슨코리아는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공정위 심사과정에서 저희의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있어, 의결서를 최종 전달받게 되면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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