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 내년 신사업 ADC 낙점…"기술 확보 전념"

셀트리온·동아ST·종근당, ADC 신약 개발 매진
삼성·롯데바이오로직스, ADC 포트폴리오 확장 추진
황성완 기자 2023-12-11 09:56:28
셀트리온, 동아ST, 종근당,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올해에 이어 내년 본격적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사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ADC 신사업 확보에 나서며,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 중이다.

ADC란 암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와 암을 죽일 수 있는 항암제를 링커로 연결해서 암세포를 찾아가 소위 독약 폭탄을 터뜨리는 차세대 항암 기술로, 이를 이용하면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을 뛰어넘을 수 있다. 항암화학요법은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죽이는 방식이다.

최근 ADC가 주목받는 이유는 난이도 높은 고형암(유방암, 간암, 폐암 등 장기에 붙어 자라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백혈병 등으로 대표되는 혈액암은 상대적으로 치료하기 쉽다. 주사를 놓을 경우 혈액이 몸 전체를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세포들을 죽일 수 있는 반면, 고형암은 특정 부위에만 종양이 있어 약물이 도달하기가 어렵다. 이 과정에서 ADC는 정해진 암세포만 찾아가서 제거할 수 있는 만큼 고형암을 타깃할 수 있다.

고형암을 타깃하는 약물은 경제성이 높은 만큼 ADC 개발에 성공했을 시 신약 가치도 높다. 이벨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에 따르면 전세계 고형항암제 시장은 2021년 약 1010억달러(126조원)에서 2028년 약 2520억달러(약 310조원)으로 연평균 1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DC 의약품 시장 역시 점차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스에 따르면 전 세계 ADC 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59억달러(약 7조3219원)에서 연평균 22% 성장해 2026년 131억달러(약 16조251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최근 ADC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ESMO 2023에서 제약사들은 ADC 치료제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내놓은 바 있다. 아스텔라스의 '파드셉'은 PD-1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병용요법 3상 데이터 결과를 발표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국소 진행성·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에게 약물을 적용했을 때, 환자가 치료를 시작하고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OS)은 기존 화학요법을 시행했을 때보다 두 배 늘었다. 다이이찌샨쿄는 '엔허투' 및 '다토포타맙-데룩스테칸'에 대해 유의미한 결과를 발표했다. 
셀트리온 2공장 전경.

셀트리온·동아ST·종근당 등 국내 제약사, ADC 신약 개발 매진

이에 따라 셀트리온·동아ST·종근당,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제약사들도 ADC 신약 개발에 매진 중이다.

먼저, 셀트리온은 지난해 10월 국내 바이오텍 '피노바이오'와 ADC 링커-페이로드(화학합성약물) 플랫폼 기술실시 옵션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을 지급한 후 최대 15개 타깃에 대해 피노바이오가 보유한 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피놋-ADC(PINOT-ADC)'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향후 셀트리온은 개발 중인 후보물질에 피놋-ADC 기술을 적용, 고형암을 타깃으로 하는 ADC 항암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영국 ADC 개발기업 익수다에 지분을 투자해 ADC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바 있다. 익수다는 4개 ADC 파이프라인과 링커-페이로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다. 알테오젠은 ADC 플랫폼 기술 '넥스맙(NexMab)'을 활용해 유방암·위암 및 난소암 ADC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 프로젝트 'ALT-P7'과 'ALT-Q5'를 진행 중이다. 현재 ALT-P7는 1상, ALT-Q5는 후보물질 발굴 후 공정개발 단계에 있다.

셀트리온은 ADC 분야가 고부가 가치 창출이 가능하면서 기존 항체 치료제 제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ADC를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고 투자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와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 전이성 직결장암 치료제 '베그젤마' 등 항암 항체 치료제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향후 ADC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항암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최근 ADC 치료제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내년에도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ST 본사 전경.

동아ST도 지난해 피노바이오에 투자하면서 ADC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회사는 현재 ADC 개발사인 '앱티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앱티스는 정상전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지난 2016년 설립한 ADC 전문 기업이다.

지난해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인 론자와 ADC 기술협력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다만, ADC와 관련해 보유한 파이프라인이 없는 만큼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 사옥.

종근당 역시 마이크로바이오 사업에 이어 ADC에도 R&D를 투자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5월 차세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인 이엔셀과 전략적 투자 및 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9월에는 서울성모병원에 유전자 치료제 연구센터 'Gen2C'를 개소하고 희귀·난치성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시나픽스와 ADC 플랫폼 기술사용권을 활용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종근당은 시나픽스가 보유한 ADC 플랫폼 기술 3종 글리코커넥트, 하이드라스페이스, 톡스SYN의 사용권리를 확보해 ADC 항암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종근당은 자체적인 생물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ADC 후보물질을 발굴할 방침이다. 이후 추가 타깃을 선정해 ADC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예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연구 및 임상시험과 관련해 산학연 협력과 교류를 강화할 것"이라며 "국내·외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공동개발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바이오캠퍼스 조감도.

삼성·롯데바이오로직스, ADC 포트폴리오 확장 추진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ADC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 함께 조성한 1500억원 규모의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스위스 ADC 개발 회사인 아라리스에 투자했다. 최근엔 국내 ADC 기업인 에임드바이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다만 정확한 투자 규모는 비공개된 상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 카나프테라퓨틱스와 ADC 기술 플랫폼 구축을 위한 위탁 연구 및 공동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양사는 향후 1년간 기존 링커, 페이로드에 대한 새로운 ADC 기술 플랫폼 구축을 위해 공동 개발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ADC CDO 역량을 내재화해 ADC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사이트에 ADC 시설 증설도 진행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외서도 ADC 거래 활발…"라이선스 계약 체결"

ADC 관련 거래는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는 지난달 30일 ADC 개발사 '이뮤노젠'을 101억달러(한화 약 13조원)에 인수했다. 지난 10월에는 MSD가 다이이찌샨쿄의 ADC 치료제 3종에 총 220억달러(약 29조7220억원) 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 GSK, 머크, 화이자, 바이오엔텍 등이 올해 ADC 관련 빅딜을 체결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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