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KB국민은행장 연임 가닥…KB금융지주 지지받아
2023-11-30
내년 상반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에 편입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는 과도한 금융사들의 순위 경쟁이 낳은 참사라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ELS 사태와 관련해 "현 사태의 원인은 단순한 시장의 변동성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입으로는 ESG를 말하면서 경쟁사간 당기순이익 순위 경쟁에 목을 매는 금융사 CEO들과 그러한 경영이 불러 온 '사람 잡는' KPI, 그리고 금융당국의 예방시스템 부재가 합작한 참사"라고 진단했다.
또 "ELS 손실이 현실화되면 그야말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과도한 KPI 목표 배정과 투자상품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은행간 당기순이익 과당경쟁을 멈출 실효성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금융노조의 성명서 전문.
ELS 사태 수습, 소비자와 노동자 인권 존중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2024년 상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실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었고 국민과 기업, 국가 모두가 리스크에 노출되었다. 하지만 현 사태의 원인은 단순한 시장의 변동성 때문만은 아니다. 입으로는 ESG를 말하면서 경쟁사간 당기순이익 순위 경쟁에 목을 매는 금융사 CEO들과 그러한 경영이 불러 온 '사람 잡는' KPI, 그리고 금융당국의 예방시스템 부재가 합작한 참사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고위험·고난도 상품을 특정 은행이, 특정시기에 몰아서, 고령자에게 판매했다'고 비판하며 은행들이 판매절차를 준수한 것에 대해서까지 '자기 면피'라고 질책했다. 또 "신뢰와 권위의 상징인 은행 창구로 찾아온 소비자에게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은행 측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임기 내내 은행들에게 '이자장사', '완전경쟁 필요' 등을 주장하며 은행들이 비이자 수익을 늘리도록 경쟁을 부추긴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감독당국 수장은 논평이나 하고 사후약방문식 조치와 징계나 하는 자리가 아니다. 금융사들의 시장위험, 신용위험, 시스템위험을 점검하고 감독 지도하는 것이 핵심 업무다. 그러나 이 원장은 할 일도 제대로 하지 않은 자기 조직의 '7년 만의 경평 A등급'을 자랑한 것 말고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 감독, 리스크 예방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사태가 불거지자 '자기 면피'를 위해 언론을 동원,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이슈만 잔뜩 부각시키고 있지는 않는가?
지금 금융산업 일선 현장은 완전한 '그로기' 상태다. 대규모 점포 폐쇄로 인해 밀려드는 인근지역 고객들, 줄어든 직원 수로 인한 업무부하, 대출금리 인상에 항의하는 고객들, 숨통을 죄어 오는 영업목표로 죽을 지경이다. 게다가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 종노릇", "갑질"을 외치고, 정부가 노사자율 영역인 P/S와 희망퇴직까지 개입하고, 야당까지 나서 '횡재세'를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ELS 사태까지 겹쳐 몇 달째 고객 대응에 시달리며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휴직을 계획하거나, 심지어 퇴사까지 고민하는 직원이 한 둘이 아니다.
해가 바뀌어 ELS 손실이 현실화되면 그야말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노사, 피감·감독기관 모두의 냉철하고도 준비된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의 관점이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고객의 인권 그리고 완전, 불완전판매 불문 어떠한 직원에 대한 인권 침해도 있어서는 안 된다. 직업 특성상 연락처가 노출되어 있는 직원들에게 가해질 수 있는 폭력이나 개인에 대한 고소·고발 등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노조가 2개월 전부터 제안한 금융노조-은행연합회간 노사공동TF 구성에 대해 사용자측의 답변을 촉구한다. 금융노조는 특히 판매직원에 대한 경영진과 감독당국의 과도한 책임 전가 및 징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늦었다고 외양간을 내버려둘 순 없다. 각 은행과 감독당국은 재발 방지책 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노조는 수 차례 감독당국의 '완전경쟁', '이자장사 중단'이 잘못된 진단임을 경고해 왔다. 이제라도 비이자이익을 포함한 과도한 KPI 목표 배정과 투자상품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은행간 당기순이익 과당경쟁을 멈출 실효성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불완전판매 방지 대책은 결코 업무처리 시간만 늘리는 설명조항이나 녹취내용 추가 식이어서는 안된다.
금융노조는 동 상품으로 인해 고통 받고 계신 고객들께 각 은행을 대신해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수 개월째 불면증과 우울증, 불안감에 시달리고 계신 조합원 동지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금융노조는 향후 동 사태와 관련한 직원 인권·고충상담 핫라인 개설과 근로조건감찰단 활동을 통해 동지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린다.
2023년 11월 30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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