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만 늘리기만 한다고 해결?...전기차 충전 인프라 개선점 투성이
2023-11-14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느덧 도로위에서 푸른색 번호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고 주거단지에서도 충전기가 설치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전기차의 판매량과 인프라 확장 문제는 닭이냐 달걀이냐의 딜레마로 아웅다웅하고 있음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몸집은 커지고 있다. 규모가 커지고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불만의 총량은 커지기 마련이다. 환경부의 여러 개선책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소비자 불만은 그만큼 사용자가 늘었다는 건강한 신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용자 불만의 뿌리를 찾아 들어가다보면 과연 우리 나라에 제대로 된 전기차 정책이 있기나 한건지 의구심을 떨칠수 없게 된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 누적 설치 대수를 59만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최근 밝혔다. 전기차 증가 추세에 맞춰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사용자들은 지금도 충전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전기차를 타고 지방이라도 내려가는 날에는 휴게소로 가는 고속도로 위 내차가 아닌 푸른색 번호판이 견제대상이 되기도 한다. 환경부는 전기차 충전소 확대로 이런 불편함을 점차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안다. 단순히 양 많은 뷔페를 간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식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 고속도로 휴게소 및 서울 근교의 지방만 가보더라도 관리가 미흡한 전기차 충전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기차 충전기 업계는 보조금만 수령하고 충전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문제가 우선 고쳐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소에 따라 설치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구석진 장소에 설치하고 이후 사용자들의 발길이 끊겨 버리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친환경자동차법에 대한 인식제고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주거단지에 늘어나고 있는 완속충전기 구역을 봤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 충전 구역을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은 것처럼 '충전이 필요한 사람이 오면 빼주겠다'는 심리인지 알 수 없지만 엄연히 과태료가 나올 수 있는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양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식제고에도 힘을 쏟아야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간편결제에 있어서 새롭게 내놓은 로밍서비스 '이음'도 다듬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 이음 서비스는 환경부가 전기차 업체들마다 상이한 실물카드나 회원가입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내놓은 방안이다. 하지만 민간 사업체들 사이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경쟁력으로 내밀고 있는 상황 속에 실물카드를 굳이 들고 다니게 한다는 점과 로밍 비용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올드한 정책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듯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제점 조차 해결하지 않고 양만 늘리는 '싸구려 뷔페'를 전기차 이용자들은 원하지 않는다. 앞으로 활짝 열릴 전기차 시대에 발 맞추겠다고 성급한 잰걸음만 밟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불상사가 생길수도 있다. 차근히 기초부터 사람들의 인식, 충전소의 유지보수, 결제관련 제도 등을 준비해 나가야한다. 전기차 이용자들은 뒤죽박죽 재료를 사용한 '엉성한 뷔페'가 아닌 '정갈하게 준비된 상차림'을 기대하고 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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