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法 "A시중은행, '디스커버리펀드 그만 팔자' 운용사 제안 거절…계속 판매 강행"

권오철 기자 2023-06-29 16:17:55
[스마트에프엔=권오철 기자] 굴지의 한 시중은행이 부실이 우려되는 디스커버리펀드의 판매 중단을 제안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제안을 거절하고 해당 펀드를 계속 판매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포착돼 주목된다. 실제로 해당 시중은행은 매체 보도를 통해 디스커버리펀드의 부실이 감지된 이후에도 해당 펀드를 가장 나중까지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본보가 입수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장하원 전 대표 등 3명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 재판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장 전 대표는 2019년 3월 21일자 해외매체 블룸버그의 보도를 확인하고 "2019년 3월 26일 A시중은행에서 설정·판매 예정인 디스커버리펀드를 취소하라"고 실무를 맡은 직원 B씨에게 지시했다.

디스커버리펀드는 2017년 4월부터 미국 자산운용사 DLI가 판매하는 DLIF에 투자하는 재간접투자펀드 형태를 띄기도 했는데, 해당 블룸버그 보도는 'DLI의 설립자 브렌든 로스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조사를 받던 중 사임했다'는 소식이 골자였다. 또한 디스커버리펀드는 DLI로부터 미국 P2P대출업체 쿼터스팟(QuarterSpot, 이하 QS) 자산을 매입한 바 있는데, 블룸버그는 'DLI가 QS 자산의 부실 우려를 SEC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장 전 대표로부터 펀드 취소를 지시받은 B씨는 2019년 3월 22일 오전 7시쯤 연락해 A시중은행 클럽1지점 C부장을 만나 '2019년 3월 26일 설정 예정된 디스커버리펀드를 취소하자'고 제안했으나, C부장은 '다른 문제로 한 차례 펀드설정을 취소한 사례가 있어 다시 취소할 수 없다'며 B씨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C부장은 재판 과정에서 B씨와의 만남과 관련해 "당시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B씨가 펀드설정을 취소하자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C부장의 진술은 자신들의 기억에 의존한 진술이 아니라 당시의 정황을 종합해 논리적 추론한 결과를 재조합한 진술이어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면서 "C부장은 디스커버리자산운용과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자로서, 디스커버리펀드의 환매중단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는 사람이므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을 사실대로 말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B씨가 펀드 설정에 대한 취소를 논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른 아침에 급하게 문자를 보내 약속을 잡을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이며 B씨의 진술을 사실로 인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시중은행은 실제로 2019년 3월 26일 디스커버리펀드를 투자자 19명에게 133억원 규모로 신규 설정·판매했다. 이는 가장 나중에 팔린 디스커버리펀드다. 해당 펀드 투자제안서에는 '정상적인 미국 P2P대출업체에 투자한다', '연 4.2%의 기대수익률이 발생하는 안전한 상품' 등으로 소개됐다. 

디스커버리펀드는 문재인 정부시절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친동생인 장하원 전 대표가 운용사를 설립해 2017년 4월부터 2019년 3월 말까지 시중은행 등을 통해 대규모로 판매한 사모펀드로,  2019년 4월 26일 환매가 중단됐다. 

2021년 4월 기준 한국 투자자들의 피해규모는 2562억원이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같은 해 5월 손실금액의 40~80%의 배상금을 결정했다. 전체 피해자의 약 50%가 이를 받아들였으나 나머지 피해자들은 투자금 100% 반환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