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업계, 다양한 근무제도 도입…주4일제 현실화되나?
2022-06-28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정부가 일주일 최장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근로 시간 제도 개편을 논의하면서, 게임 업계에서 사라졌던 '크런치 모드'가 다시 부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근로시간 개편 논의에 게임업계에서도 "신작 개발을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찬성하는 의견과, "크런치 모드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우려하는 반대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주 52시간 근로제'에서 '주 69 시간' 근무로 전환하는 근로 시간 제도 개편을 논의했다. MZ세대 근로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다시 살펴보라며 한걸음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해당 논의는 노동계에 엄청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는 '크런치 모드'가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하고 있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서비스 출시 전 야간·주말 근무를 포함한 고강도 근무 체제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용어로,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기간 중에 짧게는 1∼2주부터 길게는 몇 달간 퇴근 없이 일을 하기도 한다. 이는 지난 2018년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이후 게임 업계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일부 중소 게임사에서는 아직 남아 있는 근로 형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간한 '2022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장 최근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크런치 모드를 경험한 종사자는 전체 응답자의 19.1%로 나타났다. 게임개발 종사자 5명 중 1명 꼴로 여전히 수 일~수 주의 강도높은 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인 크런치 모드의 지속일 수는 9.6일, 가장 길었던 일주일 노동 시간은 평균 60시간, 하루 평균 20.2시간이었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은 1주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 근로 시간을 월, 분기, 연간 단위로 관리하고, 1주일 근로 시간을 최장 69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연장 근로 시간을 늘릴 때는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에서도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부 게임업계 종사자는 "게임사 특성상 게임 출시 혹은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을 경우 업무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정규 업무 시간에 더 많이 일하고 비교적 업무가 적은 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역시 "신작 출시를 앞두고 1년 중 3개월가량 집중 근무를 하는 건 게임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다른 국가들도 다르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일을 더 한다고 해서 효율이 늘어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반대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종사자는 "주 52시간 근로만으로도 충분히 노동 강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이를 69시간까지 늘리는 것은 일의 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반발하며 정부의 개편안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배수찬 넥슨노조 지회장은 "주 52시간 근로제도 충분히 많이 일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개발자가 대부분"이라며 "이전에 실시했던 넥슨 노조 내부 설문 조사에서도 약 95% 노조원이 '노동 유연화'는 필요 없다고 답했었다"고 말했다.
개발 종사자들 역시 대부분 부정적인 시선이다. 주 52시간 근로만으로도 충분히 노동 강도가 높은 상황이며, 이를 69시간까지 늘리는 것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일부 대형·중견 게임사와 달리 대부분의 중소 게임사는 노조가 없다. 이에 따라 종사자가 선택 여지 없이 회사 결정에 따라 연장 근로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노조가 있는 게임사는 연장 근로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으나, 노조가 없는 중소 게임사 임직원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4일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과 관련해 "법안 추진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전면 재검토 수준의 법안 수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개편안을 공식 발표한 지 약 1주일 만으로, '워라벨(워크라이프 밸런스)'을 중요시 하는 밀레니얼제트(MZ) 세대의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개편안에 있어 정부의 설명과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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