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미래먹거리로 '마이크로바이옴' 사업 확대
2022-10-20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분야의 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함에 따라 유한양행·셀트리온 등 관련 업계들은 이를 활용한 신약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유한양행은 '에이투젠' 지분 인수를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관련 사업에 투자를 진행 중이며, 셀트리온은 올해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회사인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와 마이크로바이옴 파킨슨병 치료제 공동연구개발 계약(MOU)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으로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속도 박차…올해 154억원 규모로 확대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셀트리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연구개발을 지속 실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군집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와 유전체를 뜻하는 게놈의 합성어로 인체 여러 부위에 공생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말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의 95% 가량은 장을 포함한 소화기관에 존재한다. 호흡기·생식기·구강·피부 등에도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신체 부위에 따라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신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체중의 1~3%에 불과하지만 영양분 흡수, 약물대사 조절, 면역작용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 불균형은 장염증, 전신염증, 뇌염증을 일으켜 대사질환, 자가면역질환, 염증성 장질환, 뇌질환, 만성피로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제2의 유전체'라고도 불릴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연평균 7.6%씩 성장해 올해 1087억달러(약 154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연구개발기업 '에이투젠' 지분 인수 및 투자 지속
유한양행은 이미 전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국내 대형 제약사 유한양행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연구개발 기업 에이투젠의 최대 주주가 됐다. 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59.9%를 확보했다. 에이투젠은 대사성 질환, 면역 질환, 근육 질환 등의 질병에 대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 중이었다.
유한양행은 올해 초 별도의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며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에이투젠뿐만 아니라 메디오젠, 지아이바이옴에도 투자했다. 메디오젠은 질 환경개선과 혈당조절, 지방분화, 구강, 간 기능성 향상 특화된 균주를 개발하고 있다. 지아이바이옴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시장 규모 1조원에 달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소재와 새로운 치료제 패러다임이 될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분야는 유한양행의 미래 성장 분야"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 관련 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약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바이옴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사업 영역의 확대 측면에서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셀트리온, 마이크로바이옴사업 본격화…국내 바이오 기업과 파킨슨병 치료제 공동연구개발
셀트리온은 올해 마이크로바이오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셀트리온은 지난 17일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회사인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와 마이크로바이옴 파킨슨병 치료제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양사는 경구형 파킨슨병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생균치료제(LBP, Live Biotherapeutic Products)를 공동으로 개발한다.
셀트리온은 개발 단계에 따라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에 연구비 등을 지원하고,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가 초기 개발 단계를 완료하면 셀트리온이 임상 및 허가를 담당할 예정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결핍과 장 내 미생물 불균형으로 인해 변성된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의 뇌 축적으로,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는 국내외 마이크로바이옴 파킨슨병 치료제 분야에서 선행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로 경구형 파킨슨병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파이프라인(LB-P4)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셀트리온은 고바이오랩과 지난해 3월부터 공동 연구계약을 맺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 중이다. 셀트리온은 연구 비용과 기술, 연구 협력을 제공하고, 고바이오랩은 면역질환 치료소재인 KBL385 균주와 마이크로바이옴 균주를 대상으로 비임상 효능을 연구하는 방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파킨슨병 치료제로 마이크로바이옴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며 "기술력 있는 바이오텍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지속하고 해당 사업의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마이크로바이옴 사업 지원…약 72억9000만원 투자
정부도 마이크로바이옴 사업과 관련해 힘을 보태고 있다. 식약처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이 좀 더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난해 임상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임상 신청 시 어떠한 자료와 데이터가 필요한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지침서다. 다만 임상 단계 이전, 즉 비임상(동물 등에게 약물을 투여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시험) 가이드라인은 아직 제대로 정비돼있는 상태가 아니다. 식약처는 그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임상 승인을 내줄 당시 비임상 자료에 대해 ‘생물의약품에 준하는 비임상 자료’를 요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올해 바이오 연구개발(R&D)의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주요 지원 분야로 제시했다. 산업부는 휴먼마이크로바이옴 기술 개발과 의약품 제품화 지원에 72억9000만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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