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미래먹거리로 '마이크로바이옴' 사업 확대

유한양행,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에이투젠' 최대 주주 달성
종근당바이오, 연세대 의료원 산학협력단과 마이크로바이옴 공동 임상 연구센터 설립 및 연구개발
셀트리온, 고바이오랩과 공동 연구계약…과민성대장증후군·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
황성완 기자 2022-10-20 10:15:39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최근 유한양행·종근당바이오 등 제약·바이오 업계의 미래먹거리로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업계들이 이를 활용한 신약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시장 선점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분야 최초의 신약 탄생이 임박하면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상용화되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안전성 기준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작용기전과 생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마이크로바이옴' 미생물 이미지 /사진=천랩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 마이크로바이옴…2023년까지 약 15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 바이옴은 미생물군집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와 유전체를 뜻하는 게놈의 합성어로 인체 여러 부위에 공생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말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의 95% 가량은 장을 포함한 소화기관에 존재한다. 호흡기·생식기·구강·피부 등에도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신체 부위에 따라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신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체중의 1~3%에 불과하지만 영양분 흡수, 약물대사 조절, 면역작용 등 인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 불균형은 장염증, 전신염증, 뇌염증을 일으켜 대사질환, 자가면역질환, 염증성 장질환, 뇌질환, 만성피로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제2의 유전체'라고도 불릴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현재 이 시장은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중심으로 한 건강기능식품이 약 50조원 규모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연평균 7.6%씩 성장해 2023년까지 1087억달러(약 154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향후 치료제 부문의 급격한 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은 2010년 이후 급속히 발전해 암, 비만, 당뇨,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감염성 설사, 피부질환 등 분야에서 신약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시장은 지난 2021년 3억2158만달러 규모에서 2028년도 약 13억 3882만 달러 규모로 증가해 연평균 22.6%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세계 첫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는 타인의 건강한 대변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군을 이식하는 분변이식술(FMT)이 주요 치료법이었는데 이를 시술이 아닌 경구용(먹는) 치료제로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매번 건강한 기증자로부터 분변을 기증받지 않아도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추출한 세균을 처리해 치료제 형태로 만들어 균일성과 안전성이 높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현재 스위스 제약사 페링의 자회사인 미국 리바이오틱스와 세레스테라퓨틱스가 세계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오른쪽)와 강지희 에이투젠 대표가 지난달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종근당바이오·셀트리온, 마이크로바이옴 신사업 도전에 박차…지분 투자 및 연구센터 설립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대형 제약사 유한양행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치료제 연구개발 기업 에이투젠의 최대 주주가 됐다. 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59.9%를 확보했다. 에이투젠은 대사성 질환, 면역 질환, 근육 질환 등의 질병에 대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 중이었다. 유한양행은 내년 초 별도의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며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시장 규모 1조원에 달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소재와 새로운 치료제 패러다임이 될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분야는 유한양행의 미래 성장 분야"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 관련 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약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바이옴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사업 영역의 확대 측면에서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바이오 벤처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글로벌적으로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개발되지 않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활발한 사업이 진행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진 종근당바이오 대표이사(왼쪽)와 최재영 연세대학교 의료원 산학협력단장이 지난 7월 19일 마이크로바이옴 공동임상연구센터 설립 및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공동연구개발 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종근당

종근당의 원료사업 부문을 분할해 설립된 종근당 바이오도 지난 7월 연세대 의료원 산학협력단과 마이크로바이옴 공동 임상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맺었다. 종근당바이오는 연세대 의료원과 손잡고 염증성 장 질환, 알츠하이머 치매, 호흡기 감염 질환 등에서 치료제 연구개발에 나선다.
셀트리온 사옥 /사진=연합뉴스

셀트리온은 고바이오랩과 지난 3월부터 공동 연구계약을 맺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연구 비용과 기술, 연구 협력을 제공하고, 고바이오랩은 면역질환 치료소재인 KBL385 균주와 마이크로바이옴 균주를 대상으로 비임상 효능을 연구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고바이오랩의 스마티옴 플랫폼도 사용된다.

스마티옴 플랫폼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과 5000여 종의 미생물,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기술이다. 면역과 대사,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능성 균주와 균주에서 유래한 유효물질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고바이오랩은 건선과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KBL697의 임상 성과도 확대해나간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KBL697의 임상 2a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고, 미국과 호주 등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새로운 산업 분야이자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며 "효능과 안전성을 담보하면서 치료제 개발 노력을 저해하지 않는 규제 환경의 마련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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