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저비용항공사)가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참으로 어려운 고난의 과정을 거쳤다. 지금 K-LCC업계는 코로나19, 경기침체, 고환율 등 온갖 외부변수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시기가 분명 있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모두 극복해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K-LCC는 세상을 많이 바꾸었다. K-LCC가 없던 시절에는 비행기를 타는 게 드문 일이었다. 대중화가 되지 못해 비행기 타는 것을 교통수단 보다는 감성으로 받아들였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역사를 왜 배울까? 그 이유는 오늘의 우리 삶이 과거 역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지금 우리의 발걸음에 따라 미래의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거가 단절되고 왜곡되어 있으면 과거의 소산인 현재의 역사의식도 뒤틀리고, 미래를 보는 올바른 시각도 가질 수 없다.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현재를 알 수 있고, 아직 가지 않은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가 중요하다.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3.1운동이 없었다면 8.15광복이 있었을까? 그리고 80년대 민주화운동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사회의 민주화가 이루어졌을까?
전 세계 각 대륙에서 태동한 LCC의 흥망성쇠 역사를 살펴보면 일단 성공한 LCC가 나오고, 이후 이를 모방한 LCC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시장논리에 의해 자체정리 되고 나면 비로소 똘똘한 LCC 한 두 회사가 해당대륙을 지배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들이 태어난 배경과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성공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은 모두 닮은꼴이다. 엇비슷하거나 아니면 아예 똑같은 고난과 역경을 겪고, 그 과정을 어렵사리 살아나오면서 이들은 매우 유사한 혁신을 낳았고 이는 하나의 정신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각 대륙별로 대표적으로 성공한 LCC에게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들 공통분모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의 해답이 보인다. 그리고 향후 어떻게 따라가야 성공을 지속할 수 있을지 전략이 보인다.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않고 지금 당장의 성공에 도취하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조심스럽게 엿볼 수도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처럼 전세계 LCC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같은 괘도를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도 던져 본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없었다면 라이언에어가 있었을까? 라이언에어가 없었다면 에어아시아가 있었을까? 역사는 다시 역사를 만들어낸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없었다면 제주항공은 존재하지 못한다. 그리고 제주항공이 없었다면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에어서울의 탄생도 장담할 수 없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역사는 라이언에어의 역사을 만들어냈고, 제주항공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제주항공의 역사가 있었기에 K-LCC의 역사가 오늘날 흘러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LCC를 말할 때 가장 흔히 통용되는 명칭이 ‘저가항공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LCC들이 Low Cost Carrier를 직역(直譯)해서 ‘저비용항공사’라는 대체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저가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를 동의어로 보는 경우가 발생했다. 우리사회는 LCC 당사자가 아닌 타인들이 LCC에 대해 자의적으로 이름을 붙인 데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존재한다. LCC가 도입된 이후 저가항공사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또한 사실이다.
2005년 무렵 K-LCC 설립자들은 거의 맹목적으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벤치마킹해서 그 방식 그대로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의 크게 다른 문화적 정서로 인해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았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방식의 LCC는 엄밀하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적용되지 못했다. 우리나라 항공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수정 적용된 것이다. 우리나라 LCC는 해외 LCC의 변형인 ‘다른 LCC’이자 ‘한국형 LCC’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 LCC들 스스로가 거부하는 ‘저가항공사’라거나 어색한 우리말 표현인 ‘저비용항공사’ 등 갈등을 부추기는 이름으로 부르기 보다는 ‘대한민국 LCC’이자 ‘한국형 LCC’이니까 이를 줄여서 ‘K-LCC’로 불러주는 게 합리적이다.
앞으로 연재해 나갈 ‘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는 이 같은 항공역사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재미있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가장 먼저, LCC의 개념과 명칭 논란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다. 그리고 LCC가 왜 저가항공사가 아닌지 알아보려 한다. 또한 LCC와 K-LCC는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 살펴보고, K-LCC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세세하게 정리하려 한다.
또한 LCC의 효시 사우스웨스트항공, 그리고 미국에서 유럽으로 넘어온 LCC 라이언에어, 유럽에서 아시아로 넘어온 LCC 에어아시아까지 각 대륙별로 성공한 대표 LCC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소개하려 한다. 그리고 K-LCC 탄생사(史)를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그들의 스토리를 정리할 계획이다. 신생항공사인 한성항공의 타이어 펑크가 K-LCC 전체를 비하하는 데 활용되고, 절대 타면 안되는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각인되었던 바로 그 순간을 회고해 보려 한다.
우리나라에서 저가항공사라는 용어가 ‘위험한 항공사’라는 의미를 담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후발 K-LCC들이 한사코 저가항공사라는 용어를 기피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역설적으로 기존항공사들이 K-LCC를 싸잡아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뒤집어 씌우는 용어로 저가항공사가 활용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아무튼 이 날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저가항공사는 비방형 지시대명사가 되었다. 또한 제주도의 지역항공사가 애경에서 정기항공사로 확장된 제주항공의 초기모습을 정리하려 한다.
그런데 전 세계 LCC에게서는 공통분모가 있다. 태동의 이유, 고난의 설립과정, 눈물겨운 극복전략 등이 사우스웨스트항공, 라이언에어, 에어아시아, 제주항공 등에게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신생 LCC에 대한 기존항공사의 가격대응은 전세계에서 똑같았다. 공항을 둘러싼 당국과의 갈등도 전 세계 LCC가 똑같았고, 신생 LCC에게만 유독 엄격했던 국제선 운항허가 과정의 흑역사와 기존항공사가 신생 LCC 영업방해로 정부처벌을 받은 것도 똑같았다. 이처럼 신기한 사례를 따로 정리하려 한다.
그리고 이들 LCC의 성공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그리고 성공한 LCC의 공통점을 마지막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기존항공사들 만의 세상에서는 비행기 값을 낼 여력이 없는 사람은 비행기를 못 타는 사람으로 분류되었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본격 취항하면서 이 질서(?)가 처음으로 깨졌다. 비행기를 타는 부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비행기는 아무나 탈 수 있는 단순한 교통수단으로 그 정의가 처음 바뀌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성공은 그렇게 세상을 바꾸었다.
위 사진은 제주항공이 2009년 3월 K-LCC업계 최초의 국제선 정기노선이었던 인천~오사카 노선에 취항하면서 선보인 광고이미지이다. 이제 해외여행이 만만해졌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어린이가 돼지저금통을 끼고 오사카로 출국하는 장면을 위트 있게 표현했다.
정기노선 외에 부정기노선까지 환산하면 K-LCC의 국제선 첫 취항은 불과 14년 전인 2008년 7월11일 제주항공이 처음으로 국제선 시대를 열었다. 제주항공의 국제선 취항은 국내선 운항 시작 2년 1개월 만이었으며, 우리나라 항공사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3번째였다.
이후 K-LCC는 세상을 많이 바꾸었다. K-LCC가 없던 시절에는 비행기를 타는 게 드문 일이었다. 대중화가 되지 못해 비행기 타는 것을 교통수단 보다는 감성으로 받아들였던 적이 있었다. 기존항공사들 만의 세상에서는 비행기 값을 낼 여력이 없는 사람은 비행기를 못 타는 사람으로 분류되었지만 K-LCC가 본격 취항하면서 이 질서(?)가 처음으로 깨졌다. 비행기를 타는 부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비행기는 아무나 탈 수 있는 단순한 교통수단으로 그 정의가 처음 바뀌었다. K-LCC의 대중화로 그렇게 세상이 바뀌었다.
댓글
(1) 로그아웃여행사창업교육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