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작가의 목소리

정우성 기자 2022-03-31 17:49:14
작가의 목소리
작가의 목소리
인어공주는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긴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인어공주는 왕자의 목숨을 살린 것이 본인이라는 것을 알리지 못하고 끝내 사랑도 이루지 못한다. 목소리란 그런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가장 선명하고 확실하게 드러내는 수단. 아무리 행동으로 표현하고 표정으로 나타내려 해봐도 목구멍을 타고 나와 뜨겁게 터지는 ‘그게 나예요.’, ‘사랑해요.’라는 목소리보다 강렬하진 않으리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을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의 비극적인 결말은 어쩌면 정해진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인어공주는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렸지만, 이 세상에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꿋꿋이 지키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이들이 있다. 목구멍을 통해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그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과 냉철한 이성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낚아채는 빠른 손과 세상 무거운 엉덩이로 ‘글’을 적어 자기 고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작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작가’란 존재가 선택한 ‘글’이라는 ‘목소리’는 불안정하다. ‘글’이라는 ‘목소리’를 접하는 이들이 모두 다른 자신만의 상황 속에 있기 때문이다. 집안 소파에 편하게 누워 있는 사람이라면 여유로운 마음으로 작가의 목소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테지만, 상사에게 된통 깨지고 난 후의 사람에게는 심란한 상황에 묻혀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작가들은 고민을 한다.

‘글’이라는 수단으로 나의 ‘목소리’를 ‘어떻게, 일정하게, 잘’ 전달할 것인가.

이 책에는 ‘글’이라는 수단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작가의 실전 경험과 실용적인 방법들이 들어있다. 또한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과 응원도 듬뿍 담겨 있다.

작가로서 ‘나’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자신이,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 같아 보인다면 반드시 이 책을 펼쳐 보길 바란다.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하는 글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여 당장은 찾지 못하더라도 그럴 수 있는 작은 용기라도 생길지 모른다.

인어공주가 가장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을 사랑하는 단 한 사람. 어쩌면 그 사람도 인어공주의 목소리가 궁금하지 않았을까. 작가의 목소리가 담긴 글이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채워지는지, 그 목소리를 더 잘 이해해 보고픈 아름다운 독자들도 이 책을 꼭 열어보길 바란다.

작가와 작가, 작가와 독자,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글을 통해 각자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누스, 224쪽, 1만3,500원



정우성 기자 oscarn@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