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에 요동치는 국제유가…정유업계, 3분기 실적 '부진'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중동 지역 확전 우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되면 유가 200달러 넘어설 것"
김동하 기자 2024-10-15 10:20:18
중동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국제유가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중동 전체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글로벌 유가는 한달 만에 배럴당 10달러 가량 급등했다. 정유업계 실적이 3분기에도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동 분쟁 확산에 따라 국제유가가 치솟을 경우 4분기 정유업게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9월 10일 배럴당 65.75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달 4일 기준 74.38달러로 13.13%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지하는 뜻을 내비치면서 유가는 더욱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원유 시설[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유가는 중국의 원유수입량 감소 등 수요감소 요인과 OPEC+의 감산 축소(증산), 미국·가이아나·브라질 등의 생산설비 확충 등 공급증가 요인 겹쳐 당초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동 분쟁이 갈수록 격해지면서 이같은 전망을 덮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이 중동 지역으로 확전될 경우 유가가 2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 스웨덴 은행인 SEB(스웨덴엔스킬다)는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폭격할 경우 2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원유의 동맥’으로 불린다. 2022년 기준 이 해협을 통과하는 1일 석유 물동량은 2080만 배럴이다. 글로벌 해상 석유 수송량의 28% 규모다. 이란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UAE(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의 주요 수송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통해 이란 석유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국제유가가 폭등하는 중"이라며 "그동안 수동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이란도 이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겠다고 밝혀, 분쟁이 확산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국제유가가 더욱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올해 실적부진을 이어갔던 정유업계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가가 급등하면 일시적으로 정제마진이 상승하거나 긍정적 레깅(생산 및 판매 시차에 따른 이익) 효과가 나타나 실적회복 가능성이 나타난다. 

원유 구입 후 국내 생산거점에서 제품으로 변화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30~45일이 소요된다. 유가가 낮은 시점에서 원유를 구매했다가 급등한 시점에 판매할 경우 원재료 구매와 판매 시점의 차이로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더불어 정유사의 수익지표인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넘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올해 3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3.6달러로 생산라인을 가동해 정유 제품을 판매할 수록 손해였다. 여기에 두바이유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전분기 대비 적자폭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정세 악화가 장기화되면 원유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일시적으로는 유가 급등에 실적이 회복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중동 정세 악화가 국내 산업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정유업계와 함께 에너지 수급 및 수출입 상황 등을 긴급 점검하며 대응 체계 구축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대한석유협회, 한국무역협회 등과 함께 긴급 점검회의를 가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현재까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하지만 현지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유사와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