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 스토리] 길어지는 석화 불황…업계가 주목하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올해도 힘든 상황 여전한 업황…3대 신성장 투자 위한 재원 마련 1순위
NCC매각은 '여러 옵션을 고려중'…LG엔솔 지분은 '계획 없다'
박재훈 기자 2024-04-01 09:13:36
기업은 이익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경쟁에서 승리하고 지속성장을 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결정권자인 C레벨(CEO, CFO, COO, CIO 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에프엔에서는 주요 기업 C레벨의 행보를 분석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 가치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현재 국내 석유화학의 업황은 긴 터널을 건너고 있다. 국내 석화기업들의 빅4라고 불리는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등은 지난해 부진했던 성적표를 받아들고서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중 LG화학은 위 기업들 중 가장 덩치가 큰 꼽히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업황에 따른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다수의 기업들이 업황을 타개할 대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거나 스페셜티(고부가가치)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듯 LG화학도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LG화학의 수장인 신학철 부회장은 업계를 통틀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답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행보가 주목되는 인물이다. 지난 2019년부터 LG화학을 이끌어오고 있는 신 부회장은 올해 신사업 위주의 사업 재편을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상황을 개선시켜야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글로벌 사업 역량과 경험 풍부…5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증명할 차례

신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3M 한국사업부에 사원으로 입사하면서 필리핀 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친 뒤 3M의 해외사업을 이끌며 수석 부회장까지 올랐다. LG화학은 이 같은 경험을 높게 평가하면서 신 부회장을 영입했다.

LG화학은 당시 신 부회장 영입배경에 대해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과 경험은 물론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의 변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돼 영입을 결정했다”고 밝혔었다.

영입으로부터 5년. 현재 불안정한 업황 속에서 신 부회장은 LG화학이 믿고 영입한 이류를 증명할 모멘텀이 다가왔다. 석유화학에 대한 폭 넒은 이해를 바탕과 운영능력에 기대를 걸었던 만큼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중국 증설 러쉬 줄었지만 1분기 실적 암울 여전…체질 개선 위한 발판 마련


지난해 LG화학은 지난해 연결실적으로 매출액 55조2498억원, 영업이익 2조52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액은 8.4%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조2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7% 감소했다.

올해도 업황부진으로 인해 국내 석화기업들의 부침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 내수시장의 회복이 더디고, 중국 석화기업들의 이어지는 증설로 인한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LG화학 사옥. /사진=LG화학


현재 중국 내수시장은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수준이다. 이로 인해 국내 석화기업들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공장가동률을 늘릴 방도가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 석화기업들은 정부 주도하에 제품 자급률을 늘리기 위해 증설을 이어가고 있어 국내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도 지난해 실적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예정이다. 중국 중심의 생산설비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즉각적인 시황 개선은 어렵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 19일 잠정실적과 함께 공시를 통해 손익구조 변동 주요원인이 "석유시황 악화로 인한 수익성 감소"라고 설명했다. 매출은 첨단소재와 LG에너지솔루션의 이차전지로 인해 증가했으나 여전히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기는 타 석화기업들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시장의 영향으로 업황 개선의 기색이 옅어지자 업계에서는 올해 석화업계가 보수적인 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등을 통한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우선 재고를 처리할 창구 마련이 시급하다. 재고는 공장 가동률과 직결되는 문제면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재고자산으로 인해 평가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총 5147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생산능력이 13.0% 증가했다. 올해도 생산능력이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 인베스터 데이에서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신 부회장은 지난 1월 '2024년 석유화학업게 신년인사회에서 “지난해는 고유가 현상 지속과 함께 글로벌 공급과잉, 수요부진, 중국의 설비 자급률 상승이 겹쳐 성장과 수익성 면에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신 부회장은 올해도 상황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럼에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신 부회장은 당시 돌파구로 "현재 당면한 과제인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과 함께 한계사업을 축소해가면서 과잉설비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이라며 진단했다. 또한 "기초 체질 개선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스페셜티 제품 위주로 구조를 변화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현재 당면 과제인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한계사업을 점차 축소해 나감으로써 과잉설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기초 체질 개선과 세계 일류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부가가치산업인 저탄소·친환경 중심으로의 사업 구조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는 LG화학이 앞서 밝힌 3대 신성장동력 투자와 이어지는 맥락이기도 하다. LG화학의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분야 등을 꼽았다. LG화학은 3가지 분야 성장을 위해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할 것을 밝혔었다.

타개책 주사위는 던져졌고 다음은 총알마련…투자 재원 확보 어떻게?

대 신성장 동력 성장에 10조원을 투자하면서 상황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투자 재원 확보다.

현재 시황으로 인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재원 확보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한계사업을 축소한다는 발언과 상황에 비추어 업계에서는 전남 여수 NCC 2공장을 포함한 석유화학 사업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부회장은 NCC공장 매각에 대해 "원료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매각은 적당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신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으로 보아 무리한 매각보다는 석유화학 사업을 물적 분할해 해외 자본과 JV(합작법인)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각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을 효율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투자 재원을 위해 매각을 1순위로 두는 것은 주력 방안이 아니라고 밝힌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LG화학은 업황이 좋지 않자 IT소재 사업부의 필름 사업에서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중국에 매각한 바 있다. 해당 사업부가 중장기적으로 순위가 뒷 부분이었더라도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말은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잔존해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3대 신성장 동력 투자에 집중하고 있음도 밝혔다. 신 부회장은 "현재 총 투자액의 70%이상을 3대 신성장 동력에 집중하고 있을 정도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일부 투자는 늘고 있고 전지 소재쪽 투자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규모가 크다 보니 재원 마련에 대한 시나리오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시나리오와 회사채 발행 등이 대표적이다.

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과 관련해 주총에서 "매각 계획은 현재는 없고 여러 옵션을 탐색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채 발행 시나리오는 지난 2월 이행됐다. LG화학은 최대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혔었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며 총 3조445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에 LG화학은 회사채를 당초 계획 대비 2배로 증액 발행했다.

가장 먼저 해결할 숙제는 '원료 경쟁력'

단입자 양극재를 양산하는 LG화학 청주공장 모습 / 사진=LG화학

앞서 지난달 25일 주총에서 보여졌듯이 LG화학의 가장 중요한 숙제는 원료 경쟁력 확보다. 원료 경쟁력은 투자 재원 확보와 기존 사업 구조 재편성에 있어 맥락을 공유하는 키워드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설비 증설로 인해 업스트림 부분에서 경쟁력이 어려워지면서 파트너십을 통해 상황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보고있다. 중동 자본이나 정유사 등 석화사업에 관심이 있는 곳과 손을 잡겠다는 것이다.

중동의 경우 원유 보유량에서 우수하고 납사를 NCC에 투입해 저렴한 에틸렌 생산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는 원료 경쟁력 뿐 아니라 LG화학이 집중하고 있는 스페셜티 제품 개발에도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

신 부회장이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말했듯이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석화사업은 이전과 같은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지는 못하고 있는 '계륵'이 되가고 있다. 수조원을 들였던 공장을 제대로 활용하기도 전에 시황으로 인해 매각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놔두자니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신 부회장이 사업 구조 재편을 암시한 만큼 불황 속에서 효율적인 경영을 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부분의 석화기업들이 같은 고민을 지니고 있는 현재 가장 분주하게 행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긴 불황 터널을 밝은 혜안을 가지고 타개해 나갈지 LG화학의 임직원 뿐 아닌 석화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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