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농악보존회 ‘직장 내 괴롭힘’···고용노동부, 개선지도 내려

30년 된 이사 “내가 있는 한 모든 것 제재할 것”

보존회장·사무국장···피해자 구제요청 신고에 2차 가해 정황 드러나

시민단체, “폐쇄적·수직적 조직문화···터질 게 터진 것”
배민구 기자 2021-10-07 17:15:25
평택농악보존회 ‘2021 평택농악 상설공연’ 장면.(사진=배민구)
평택농악보존회 ‘2021 평택농악 상설공연’ 장면.(사진=배민구)
[스마트에프엔=배민구 기자] 경기 평택시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평택농악보존회(회장 조한숙)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해 고용노동부로부터 개선지도를 받았다.

더욱이 평택농악은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며 평택농악보존회가 정부와 평택시로부터 보조금과 전승지원금을 받는 단체여서 문제는 더 심각해 보인다.

지난 7월 6일 평택농악보존회 회원 A씨는 이 단체 이사인 B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협박과 욕설 등 가혹행위를 했다며 고용노동부평택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지난 6월 29일, 이 단체 이사 B씨는 근무 중 회원 3명을 불러 “1년 밖에 안 된 것들이 내부 분란을 일으킨다”며 고성과 욕설 등 모욕적인 폭언을 했고 “내가 보존회에 있는 한 당신에 대한 모든 것을 제재할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

가해자는 이 단체에서 30년 된 이사이고 피해를 당한 회원들은 정회원이 된지 1년 밖에 안 된 신입회원이다.

A씨는 진정서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존회 규정을 정비하게 하고 가해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줄 것과 신고인에게 불리한 처분을 할 경우 의법조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피해자는 사무국장과 조한숙 회장에게 괴롭힘 사실을 알리고 구제 요청을 했으나 보존회 측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진상 조사를 지체 없이 착수하지 않고 회유와 협박성 발언을 하는 등 2차 가해 정황도 드러났다.

보존회 관계자와 피해자 측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6월 30일, 피해자가 사무국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구제 방안을 요청했으나 사무국장은 “조직 내에서 (증인)두 사람을 보호할 수 있으면 정식으로 요청해라. 30년 된 이사하고 이제 1년차인 신입단원과 갈등이 생긴 일이다. 증인들까지 감당할 수 있으면 해라”면서 “30년 된 이사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을 1년 밖에 안 된 단원(피해자)이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존회 내에서는 밖에서 생각하는 규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큰 사고를 치지 않는 한 조직은 바뀌지 않는다.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존회의 인사위원회에서는 판단이 어렵다. 이번 일이 있었다고 다음에 또 가해자가 이사에 당선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밖으로 나가서 둘이 해결해라”며 회유와 방관으로 일관했다.

이어 지난 7월 2일 조한숙 회장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사무실로 불러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해라. 문제가 되면 둘 다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있을 경우, 즉각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함에도 이를 책임져야 할 보존회장이 피해자에게 화해를 종용하고 징계를 운운하며 강압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발생 시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둘 간에 일어난 일을 원만히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한 말이지 협박과 회유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피해자가 단체 내에서 구제받고자 했으나 보존회 관계자들이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묵살하자 부득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단체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고도 가해자 편을 든 정황은 또 있다.

조 회장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지시가 있자 7월 30일 가해자와 피해자를 화해시킬 목적으로 한차례 더 모임을 갖고 피해자가 신고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가해자가 공개 사과할 것을 당사자 간에 합의하도록 유도해 피해자로부터 반감을 사기도 했다.

피해자의 실명이 공개되고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여론몰이가 진행되는 정황도 보인다.

가해자는 보존회 회원 전체 단톡방에 “XXX(욕설)이란 혼자말과 언성을 높이게 돼 사과드린다”면서 “○○○회원의 공개사과 요청에 따라 전체 회원에게 올린다”며 피해자 실명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또 지난 9월 18일 보존회는 회원 전체 카톡방에 ‘평택농악보존회 공지’라는 제목의 문서를 게시하며 괴롭힘 관련 진행상황을 공지했는데 이 문서에 피해자 실명을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게다가 이 문서 말미에는 “담당 근로감독관의 판단에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나 이에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노동청의 판단이 옳다고 결과가 나올 경우 보존회 회원들의 전승지원금의 지급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기재돼 있어 회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하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지난 4일 보존회가 전 회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설명회에서 가해자와 일부단원들은 “신고자와 같이 공연할 수 있겠냐? 선대에서 어렵게 일궈 논 보존회가 무너진 것이다”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외부 민원을 제기한 피해자를 징계할 것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과태료 처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한숙 회장은 “이사들과 상의 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권단체 대표는 “폐쇄적이고 수직적 조직문화를 갖는 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중대한 사회문제임을 우리 사회 모두가 알고 있는데 이 같은 범죄를 조직 전체가 일삼고 있는 것은 오래된 폐단이 조직 내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며 한 두 사람만의 범죄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고용노동부평택지청은 지난 7월 26일 평택농악보존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관련해 개선지도 사항을 이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할 것을 요구했으며 9월 19일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예방 규정이 포함된 취업규칙을 10월 8일까지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현재 보존회는 고용노동부에 개선지도 결과를 보고한 상태지만 근로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고수하며 취업규칙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평택시로부터 받아 온 전승지원금을 못 받게 될 것이라는 회원들의 우려와 불안으로 변질된 가운데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요원해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를 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근로 개선 요구와 재발 방지 권고에 그치지 말고 2차 가해에 대한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 평택시도 전승지원금을 지원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관리·감독 권한을 적극 행사해야 할 것이다.

보존회가 내부의 자정노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고용노동부와 평택시가 향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민구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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