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연말결산) 올해 재계 이슈…롯데 위기설·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다툼

‘지라시에 휘청’ 롯데그룹…“안정적 유동성 유지 총력”
“부동산·가용예금 71조4000억원…유동성 문제없어”
고려아연 vs 영풍·MBK, 경영권 놓고 첨예대립
일각 “양 측 경영권 분쟁, 이기적인 욕심서 비롯”
신종모 기자 2024-12-23 10:28:19
올해 한 해 재계에는 크고 작은 이슈들로 어려움을 겪었다. 유튜버와 지라시(정보지) 등에서 퍼진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이슈가 발생하면서 롯데그룹의 위기설이 나돌았고,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은 현재까지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을 둘러싼 위기설이 확산되면서 그룹 전체가 큰 홍역을 치렀다. 

위기설은 지난 11월 중순 유튜브에 올라온 ‘롯데그룹 공중분해 위기’ 영상과 이를 요약한 지라시 유포로 시작됐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그룹


특히 이달 초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과 롯데건설 미분양으로 인한 계열사 간 연대보증 위기, 그리고 전체 직원의 50% 이상 감원 예상, 그룹 차입금 39조원에 비해 단기순이익은 1조원에 그쳐 상환능력 부족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이에 롯데그룹은 “지라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자 투자심리는 다소 안정을 찾았다. 

위기설이 확산된 배경에는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에 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과거 매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올해 3분기까지 6600억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다. 

중국의 석유화학 공장 대규모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 급락이 주요 원인이다. 롯데케미칼은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 특약을 미준수해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 이는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유통 부문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9년 말 대비 매출액이 약 3조원 감소했다. 롯데온(온라인 쇼핑몰) 역시 지난 2020년 사업 출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5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초과했다. 

롯데그룹은 위기설에 대해 “유동성 위기 루머는 사실무근”이라며 그룹의 보유 자산 현황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총자산 139조원, 보유주식 가치 37조5000억원, 부동산 가치 56조원, 즉시 활용 가능한 예금 15조4000억원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문제 해결을 위해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월드타워가 6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만큼 담보로 한 은행 보증을 받으면 해당 채권은 은행 대출(채권)의 신용도만큼 신용도가 보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1일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 특약을 미준수해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 사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해당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롯데그룹은 지라시 작성·유포자에 대해 신용훼손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위기 극복을 위해 화학, 유통 등 핵심 사업의 수익성 회복, 관료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통한 혁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 부채 관리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 등 다양한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위기설은 일시적으로 진정됐으나 그룹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가 없다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에 무너진 75년 공동경영 체제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 간의 경영권 다툼은 75년간 이어온 공동경영 체제가 무너지면서 시작된 치열한 분쟁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지난 1949년 장병희와 최기호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사에서 시작됐다.  이후 75년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장씨 일가가 영풍그룹을 맡아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2022년부터 양 측 간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무차입 경영’ 원칙을 깼다고 비판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의 무리한 배당 요구와 경영 간섭을 문제 삼았다.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 최 회장은 신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영풍 측은 이에 반발했다.

배당 정책에서도 양 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지난 2월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배당 정책을 두고 양 측이 충돌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3월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주총에서 1호 의안인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의 건’ 찬성률이 62.74%로 가결됐다. 

이후 고려아연은 영풍으로부터 홀로서기 나서기 위해 영풍 사옥 떠나 종로에 새 둥지를 틀었고, 영풍과 공동으로 진행해 온 ‘원료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이 비철금속 해외 유통과 판매를 맡고 있는 계열사 서린상사의 경영권도 확보했다.

이에 영풍은 지난 9월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섰다. 이로써 경영권 다툼은 적대적 인수합병(M&A) 국면으로 전환됐다. 

영풍·MBK는 약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0~14.6%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에 맞서 3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양 측은 법정 공방도 벌이고 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업무상 배임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고려아연은 이를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치열한 공개매수전 결과 양 측의 지분율 차이는 약 3%포인트(P)로 좁혀졌다. 

이후 지난 19일 MBK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지분 1.13%를 추가 취득했다. 

이로써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은 발행주식 총수의 40.97%에 이르게 됐다. 자기주식을 제외한 의결권주식 총수 기준으로는 46.7%를 확보해 과반을 눈앞에 두게 됐다. 

다만 현재까지 양 측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해 향후 주총에서의 의결권 확보 대결이 예상된다.

양 측의 경영권 싸움을 두고 곱지 않은 시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투자와 환경 및 노동 문제 방치에 대해 지적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그니오홀딩스를 5819억원에 인수, 회장의 중학교 동창이 설립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약 5600억원 투자 등 38개 투자처 중 30여 곳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를 하락시키고, 주주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영풍은 장형진 고문이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과 노동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카드뮴을 낙동강에 고의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최근 노동자 사망 사고도 발생했다. 

재계 관계자는 “양 측이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주식 공개매수전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 향상보다는 단기적인 지분 확보에 집중하는 것인데 장기적으로 볼 때 회사와 주주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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