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속 신한은행②] "나라를 위한 은행" 이희건 회장이 남긴 유산

신한은행, 최초 민간자본으로 1982년 설립
이희건 회장, 오사카흥은 성공 바탕 설립 주도
이호정 기자 2024-11-13 08:59:52
재일한국인기념관에 전시된 이희건 신한은행 창립자의 모습. 사진=이호정 기자

본보 취재진은 11월12일 서울시 중구 소재 '한국금융사박물관'과 '재일한국인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금융사 속 신한은행'을 3부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1917년 경북 경산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이희건 신한은행 초대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진취성을 보였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상경해 인쇄소 등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다 1932년 15세의 나이에 홀로 일본행을 결심했다. 현해탄을 건너 낯선 땅에서 시작된 그의 도전은 훗날 신한은행 설립의 밑거름이 됐다.

이 회장의 금융계 진출은 1950년대다. 그는 재일한국인들이 겪던 금융 차별 문제를 해결하고자 뜻을 같이하는 상인들과 함께 신용조합 '오사카흥은'을 1955년에 설립했다.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오사카흥은을 일본 최대 신용조합으로 성장시키며 금융인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이 회장은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 금융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자 했다. 특히 재일동포들의 '금융보국(金融報國)' 정신을 모아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뜻을 실현했다.

신한은행 설립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재일동포들의 결집력이다. 이 회장은 일본 전역에 흩어진 재일동포들을 하나로 모으고 '모국의 경제 발전을 돕자'는 뜻을 공유하며 1974년 '재일한국인 본국투자협회'를 결성했다.

1977년에는 '재일투자금융'을 설립해 한국에 진출한 재일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며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을 준비했다. 이는 5년 뒤 신한은행 설립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순수 민간자본 은행인 신한은행은 1982년 7월7일 문을 열었다. 341명의 재일동포들이 모은 출자금으로 설립된 신한은행은 '나라를 위한 은행'이라는 창립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현재 신한은행은 창립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2011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가 남긴 유산은 2022년 6월에 출간된 회고록 '여러분 덕택입니다'를 통해 재조명됐다. 

이호정 기자 hj.lee@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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