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규모 4.8의 지진은 우리의 일상과 안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건물의 균열, 창문 파손 등 여러 재산 피해뿐 아니라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 발생한 이례적 강진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이 컸다. 강도로 봤을 때도 한반도 내륙이 진앙지인 경우 중 여섯 번째로 강한 것이어서 많은 이들을 두렵게 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여름은 호우와 태풍으로 대표되는 자연현상이 특징이다. 강력한 비바람은 저수지의 수위를 급격히 상승시키고, 제방을 넘치는 물은 인근 지역에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붕괴 위험에 처했던 경주의 왕신저수지 사례는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가 저수지의 안전성을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저수지와 방조제는 지진 또는 집중호우 발생 시 시설물 손상으로 인한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시설이기 때문에 특히 더 예방 중심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저수지와 방조제에 대한‘재해예방계측사업’을 집중 추진 중이다.
재해예방계측사업은 시설물에 ICT를 기반으로 한 지진계측, 제방누수 및 변위계측시스템을 설치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자동분석을 실시함으로써 재해 대비를 하는 것이다.
지진계측시스템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댐의 흔들림을 계측해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총 저수량 500만 톤 이상인 전국 73개소에 지진계가 설치되어 있다. 이번 부안 지진 때에도 인근 청호저수지에서 진도Ⅶ이 계측되어 공사 직원들이 긴급 점검을 실시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했다.
제방 누수와 변위계측 시스템 역시 재해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누수계측기는 제방 상·하류부에 설치된 지하수위 자동계측기와 댐마루에 설치된 전기탐사 측선을 통해 제방 내부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변위계측은 제방 사면의 변형을 실시간으로 계측하는 것으로 저수지 흙 사면의 슬라이딩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전남지역본부는 지금까지 249개 지구에 계측시설을 설치한데 이어 올해는 화순 노치 등 16개 지구에 제방누수계측기 및 변위계측기를 설치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밀하고 신속한 계측을 위해 기술 발전의 흐름에 맞춰 AI 분석기술을 활용한 통합계측시스템 구축도 추진 중이다. 기존 계측 시설 외에도 CCTV, 강우량계, 유량계 등 다양한 장비를 추가로 설치해 종합적인 계측과 분석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며, 통합계측시스템이 구축되면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시설물 안전성을 파악할 수 있고 신속한 재난경보와 상황대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부안 지진이나 최근 여름마다 반복되는 극한 호우 등은 우리에게 자연 재해의 위험성을 일깨우고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반복해서 빠짐없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대비 상황을 다시금 점검하고 철저한 대비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자연의 변덕은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의 준비와 대응은 바위처럼 단단하고 견고하게 할 수 있다.
정부와 공사의 기술력, 여기에 국민적 관심이 더해진다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사회와 농어촌을 만드는 튼튼한 버팀목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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