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액수 협상 본격 돌입…"올해도 두 자릿수 인상 요구 예상"
2024-07-08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근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돌파하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질수록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중되는데 특히 중·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 9860원에서 170원(1.7%) 오른 것이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이다.
지난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1만 원대를 기록했다. 다만 인상률 1.7%는 지난 2021년의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작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지난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 올해 9860원(2.5%)이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내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48만9000명,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 301만1000명으로 추정된다.
중·소상공인들 “인건비 부담 커, 폐업 고민할 것”
이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중·소상공인들은 침통해하고 있다.
중·소상공인들은 최근 인건비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이 인하 또는 동결이 돼야한다고 촉구해 왔으나 끝내 이루지 못한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더해 20%의 주휴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중·소상공인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 위축, 인건비 증가, 원자재비 상승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팬데믹(대유행병) 때 큰 폭으로 증가한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률이 급증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이 또다시 인상돼 막막할 따름”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서울에서 재활용센터를 운영하는 A대표는 “현재 전체 직원이 5명 안팎인데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소 1~2명을 감축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근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르니 더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업체 B대표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 때 내국인을 최소화하고 외국인 인력을 더 늘려 인건비 부담을 완화했다”면서 “이번에도 최저임금이 오름에 따라 그마나 있는 내국인 인력을 외국인 인력으로 대체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는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하락과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저하돼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부담까지 가중되면 소상공인은 버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소공연은 “최저임금이 지속해서 인상되면 750만 소상공인은 생사의 기로에 설 것”이라며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종사자는 생계 기반을 잃게 되는데 갈 곳 잃은 1000만명은 누가 책임질 거냐”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소상공인에게 ‘고용하지 않는 것’과 ‘문을 닫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해 ‘무인가게’와 ‘1인숍’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폐업’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면서 “차라리 정부에서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해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명문화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는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며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노동부는 이의가 합당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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