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 환율·유가 상승세…국내 경제에도 '빨간 불'

중동정세 불안에 원·환율 1400원대 넘어서…국제 에너지 가격도 상승세 조짐
고환율 및 고유가 영향으로 국내 공기업 경영에 악영향…국내 경제에도 영향 미칠 것
박재훈 기자 2024-04-16 17:39:54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해 중동정세 위기감이 고조되자 16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대를 넘어서는 등 석유, 가스와 같은 국제 에너지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인해 원·달러 환율과 에너지 가격의 동반 고공행진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수입 비용이 상승하게 될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무역수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에너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의 에너지 공기업은 물론 국내 경제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1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환전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환율. /사진=연합뉴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우리나라의 전체 수입에서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지난 3월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08억8000만달러로 전체 수입의 21%에 달한다.

가공된 형태로 들어오는 석유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주요 에너지 수입액은 163억3000만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31%를 차지한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등 핵심 에너지 상품의 국제 가격은 작년 하반기 이후 안정적 수준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으로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6월물 브렌트유 배럴당 가격은 90.10달러를 기록하는 등 국제 원유 가격은 90달러선에서 등락을 오가고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평균 국제 유가는 중동정세 위기감에 따라 3월 평균 대비 약 6%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이스라엘의 고강도 보복 공격으로 이란 원유 시설이 파괴될 경우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할 경우 에너지 도입은 부담이 커지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고 배럴당 70달러인 원유를 1배럴 살 경우 8만4000원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이고 배럴당 90달러인 원유를 1배럴 사게 되면 12만6000원이 든다. 고환율과 고유가에 따라 원유의 배럴당 가격이 50% 가량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유와 가스 도입액은 각각 862달러(한화 약 120조원), 412억달러(한화 약 57조5000억원)다. 현재 무역수지는 지난 2022년 3월부터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중 지난해 6월 이후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축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다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무역수지 흑자 축소와 심화될 경우에는 적자전환될 가능성도 높다. 에너지 도입 비용 상승은 자동차의 연료비와 제품 원가 등 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이는 한전과 가스공사 등의 공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과 고유가는 한전과 가스공사 경영 환경 악화 요인이기 때문이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


앞서 한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시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43조원의 적자가 쌓였다.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2조4000억원으로 한해 이자 비용만으로 4~5조원에 달한다.

여러 차레에 걸쳐 전기요금은 40% 인상한 한전은 지난해 3분기 이후부터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과 환율의 동반 상승은 몇 개월의 시차로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지난해 8월 중장기 재무 계획으로 총부채가 2027년 226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1240원,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일 경우를 고려해 산출된 것이다.

따라서 환율과 국제유가가 변동하게 될 경우 부채는 늘어나게된다는 것을 뜻한다. 아직까지 원가 이하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가스공사도 재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 가스공사는 지난해 7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외상값 성격의 미수금이 15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년 대비 3조7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미수금은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을 나중에 받는 것으로 사실상 손실을 뜻한다. 일반 기업 회계를 적용할 경우 가스공사는 작년 2조원대 영업손실, 4조원대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 된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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