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으로 치닫는 한미그룹 母-子 갈등…결론은 주총으로

한미그룹, 임종윤·종훈 등 두 사장 해임 결정…"이사회 결의에 대해 분쟁 초래"
임주현 사장 "한미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걸림돌 제거한 것"
최대주주 신동국 회장, OCI 통합 반대…최종 결론은 주총서 결정될 듯
황성완 기자 2024-03-26 10:08:26
한미그룹-OCI 간 통합으로 인해 벌어진 한미그룹 가족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날 한미그룹은 임종윤·종훈 등 두 사장을 해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한미家의 경영권 다툼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한미그룹, 결국 임종윤·종훈 두 사장 해임 결정…임주현 측 "갑작스레 결정된 것이 아닌 예견된 일"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은 전날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해임했다.

한미그룹은 두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으며,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지속해 해임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오른쪽)이 25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황성완 기자 

이와 관련해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도 전날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입을 열었다. 임 사장은 "임종윤·종훈 등 두 사장의 해임은 바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이 지속적으로 벼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두 사장이 걸림돌이 됐고, 이를 제거해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어머니의 한계심이 절정에 달했고, 결국 두 아들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송영숙 회장은 지난 2월 "가족간의 이견이 다소 발생했지만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통합을 반대하는 두 아들도 결국 거시적 안목으로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한 바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사장, 임주현 사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주도하에 OCI 통합 발표…두 아들, 통합 반대 가처분 신청

이렇듯 모녀와 두 아들들의 갈등은 시간을 거슬러 한미그룹이 OCI 통합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12일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은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간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OCI그룹의 지주회사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이번 결정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주도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이 발표된 이후 두 아들들은 바로, 가처분 신청 등 반대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평소 한미그룹 경영에 관심이 없던 두 아들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했기 때문이다.

앞서, 임종윤 사장은 자신이 주요 주주임에도 통합 계획을 듣지 못했고, 주주가 아닌 제 3자(OCI홀딩스)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하는 등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는 판례를 들어 제동은 건 것이다.

임종윤 사장 측은 이번 통합 추진이 '남매간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신주발행을 저지하고 통합에 따른 사업계획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통합지주사의 각자 대표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와 임주현 사장이 각각 맡게 되는데, 이는 일부 경영권을 넘기는 것으로 주주총회 결의사항이라는 주장이다.

임종훈 사장 역시 한미사이언스 10.56%의 지분을 들고 있는 대주주인데, 임종윤 사장(지분 9.91%) 처럼 OCI와의 통합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임종윤·종훈 사장은 언론에 반대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하고 있고, 어머니 송영숙 회장과의 갈등을 빚어왔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대주주 신동국 회장, 두 아들편 들어주며 분위기 반전…주총서 판가름

결국 이러한 갈등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하지만 주총을 이틀 남긴 상황에도 이들의 의견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 통합과 관련해서도 주주들의 의견도 갈렸다. 한미그룹의 최대 지분 12.25%를 보유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좌우할 키맨으로 꼽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주총을 앞두고, 임종윤·종훈 사장의 손을 들어준다는 통합 반대의사를 밝혔다.

신 회장은 한미와 OCI의 통합 추진에 대해 "한미약품그룹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라며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일부 대주주가 다른 대주주들 혹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에게 회사 주요 경영과 관련한 사안을 일절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했다"며 이번 통합 과정에서 임종윤 사장 형제와 자신 등이 논의에서 배제된 것과 임성기 회장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 해결이 통합의 주된 이유가 됐음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고 임성기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재단들이 일부 대주주들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것 또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송 회장 측이 가현문화재단(지분율 4.9%)과 임성기재단(지분율 3%)을 통합 찬성 의결 과정에 활용하는 데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임주현 사장은 전날 진행된 간담회를 통해 "28일 주총 직전까지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신동국 회장을 남은 이틀 동안 설득할 수 있는 제안이 무엇인지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그룹 책임리더·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OCI 통합 찬성

반면, 한미그룹 본부장 4명과 한미그룹 계열사 대표 5명,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등이 한미그룹 모녀의 편을 들어주면서 어떻게 흘러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미그룹 책임리더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글로벌 한미를 향한 OCI그룹과의 통합을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차세대 한미의 리더'로 임주현 사장을 추대하며, 임주현 사장이 임성기 선대 회장의 R&D 철학을 이어나갈 최적임자"라고 전했다.  

서스틴베스트도 지난 21일 보고서를 통해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한미측 이사 후보 6명에 대한 찬성 의견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앞두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 주주가치를 위해서는 원활한 이사회 운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돼 회사 추천 후보에 일괄 찬성을, (임종윤측) 주주 제안에 일괄 반대를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양사 통합을 위한 주식거래가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그동안 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의 상속세 이슈로 주가에 오버행 이슈가 제기됐으나, 이번 거래로 상속세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한미그룹이 주총을 이틀 앞둔 상황에 신동국 회장을 설득하는 등 무사히 위기를 극복하고, OCI와의 통합을 이뤄낼 지에 대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