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OCI, 통합…오는 28일 주총서 판가름

양사 통합시 국내 기업사서 첫 ‘이종통합’
신동국 회장, 통합 반대 지지 선언…“주주가치 회복 우선”
임주현 사장, ‘보호예수’ 제안…오빠에 “266억원 대여금 반환하라”
신종모 기자 2024-03-25 11:32:05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성사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이들 기업이 별탈 없이 결합하게 된다면 국내 기업사에서 첫 ‘이종결합’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 창업주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최근 그룹 통합에 반대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번 가처분 신청 결과는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예정이다. 또한 이날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등 현 경영진과 이를 반대하는 임종윤 사장 측이 각각 내세운 새 이사진 후보를 놓고 표 대결도 벌어진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양측은 가처분과 주총 모두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가처분 사건은 통합 방법 중 하나인데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유상증자 형태로 일부 지분을 넘기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임종윤 사장 측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라며 신주발행을 막아달라고 수원지법에 제기했다.

그동안 양측은 통합 결정이 있기 전 한미사이언스가 경영권 분쟁상태에 있었는지 뿐 아니라 신주발행이 경영상 목적에 필요한 것과 통합과정에서 임종윤 사장 등 주주권리 침해가 있었는지 등 여러 쟁점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통합 유무가 결정될 전망이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면 통합 절차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인다면 신주발행을 통해 OCI가 갖게 될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예정대로 이전되지 못하며 통합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한미그룹의 새 이사진을 놓고 통합 찬반 양측이 각자 후보를 내세워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 회장 등 현 경영진은 장녀 임주현 그룹 전략기획실장과 통합 파트너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6명의 선임안을 제출했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자신들을 사내이사로 내세웠다. 아울러 임종윤 사장이 최대 주주인 바이오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의 권규찬 대표 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것을 포함해 5명의 선임안을 주주제안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양측 후보자 11명 선임안을 상정해 다득표순으로 최대 6명이 선임되게 된다.

임종윤 사장 측이 제안한 후보가 모두 선임된다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통합 결정을 되돌릴 수 있게 된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 글래스루이스, ISS 등은 이번 통합을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찬성을, 글래스루이스는 반대를, ISS은 양쪽 모두에 반대를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임종윤 사장 측 이사진 선임안 5건 가운데 4건에 대해 찬성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회사 측 후보를 전원 찬성하고 임종윤 사장 측 후보는 전원 반대했다. ISS는 양측 모두에 대해 일부 후보 찬성·일부 반대를 권고했다.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공개 반대 지지…통합 변수 작용할까

신동국 회장은 지난 23일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형제의 손을 들며 임종윤 사장 측이 새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을 공개 지지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과 30여년 전부터 알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좌우할 ‘키맨’으로 꼽히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입장문 통해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하고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은 지분 21.86%를,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20.47%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 회장이 장·차남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표 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막판까지 국민연금(7.66% 지분)을 비롯해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경쟁을 벌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앞서 한미와 OCI의 통합 추진을 비판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라고 지적한 뒤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 임성기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재단들이 일부 대주주들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것 또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대주주들이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등 개인적인 사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회사 경영에 대한 적시 투자활동이 지체되고 기업과 주주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업가치가 더 이상 훼손되기 전에 이제라도 주요 주주로서 명확한 의사 표현을 통해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회복 및 제고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이 중차대한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 모두의 참여와 관계 정상화도 함께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사진=연합뉴스


통합 추진 임주현 사장, ‘보호예수’ 제안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지난 24일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요 대주주 주식을 3년간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보호예수’를 제안했다.

임주현 사장은 입장문을 통개 “OCI와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에 요구해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 없이 예탁하겠다”며 “한미사이언스 주가 하락의 가장 큰 리스크는 가족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주주가) 주식을 내다 팔거나, 담보 잡힌 주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이른바 ‘오버행’ 이슈였다”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이번 발표는 오빠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동생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향한 것으로 ‘3년간 지분 보호예수’에 동참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 사장은 또 “가처분 의견서에서 드러냈듯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며 “이는 한미그룹과 일반주주의 권익 침해로 직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OCI그룹과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사장을 향한 것이다. 

그는 이어 임종윤 사장을 향해 “지금까지 무담보로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대여금 266억원을 즉시 상환하라”며 “25일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주현 사장은 자신과 모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한미그룹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OCI와 통합을 택했던 것”이라며 상속세 잔여분 납부에 관한 구체적 대안과 자금 출처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송 회장 등 한미그룹 일가는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이 지난 2020년 타계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주식 2308만여주를 상속받았다. 이에 따라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송 회장과 자녀들은 이를 5년간 분할해서 내기로 하고 현재 절반 이상 납부했다. 현재 2000억원 이상 잔여분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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