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93)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2세대 항공사_영남에어 ②

2024-01-03 05:02: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영남에어는 2008년 7월25일 취항에 성공하며, 부산 및 영남권에서 첫 지역항공시대를 열었다. 이날 오전 6시 김해공항 국내선청사에서 기념식을 갖고 부산발 김포행 첫 비행편을 띄웠다. 포커100 항공기 1대로 부산∼김포, 부산∼제주, 대구∼제주, 김포∼제주 등 무려 4개 노선을 운항했다. 운임은 기존항공사 대비 10%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해 선발 K-LCC들이 30% 저렴한 수준을 받던 것에 비하면 20%P정도 비쌌다. 영남지역과 제주도민에게는 5%의 할인율을 적용했지만 이 또한 인색한 수준이었다.

영남에어가 이처럼 신기하고 무리한 노선 및 운임 전략으로 본격 운항에 들어가자 항공업계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운항노선은 부산→김포→제주→대구→제주→부산→제주→김포→부산으로 짰다. 부산, 대구, 김포, 제주 등 4개의 공항마다 하루 1왕복씩 총 8회 비행하는 꼴이었다. 비행스케줄은 오전 7∼8시에 부산∼김포를 시작으로 오전 8시35분∼9시45분 김포∼제주, 오전 10시20분∼11시20분 제주∼대구, 낮 12시35분∼오후 1시45분 대구∼제주, 오후 3시5분∼4시5분 제주∼부산을 운항했다. 이어 오후 5시5분에 부산을 출발, 오후 6시5분에 다시 제주로, 오후 6시40분∼7시40분 제주에서 김포로 가며 오후 8시15분에는 마지막으로 김포를 출발해 김해로 와 하루일정을 마치는 촘촘한 비행이었다.

새삼 항공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네덜란드산 포커100 기종으로 생산된 지 13년 된 비행기였다. 항공업계에서는 "수익을 위한 목적이겠지만 다른 K-LCC들처럼 항공기 추가확보 이후 운항횟수와 노선을 늘려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연착이나 결항, 고장이 생길 경우 1대의 중고항공기로는 연쇄 취소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니나다를까 취항 7일만인 2008년 8월1일, 수요부족을 이유로 부산~김포 노선 하나를 돌연 중단했다. 해당노선은 여름철 극성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탑승객이 10명 미만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부산~제주 노선도 8월 1일부터 19일까지 평균탑승률이 39.5%(750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당 노선에서 대한항공 84.1%(34,991명), 아시아나항공 84.9%(15,140명), 제주항공 96.6%(5,872명)의 탑승률과 크게 대조되었다. 나머지 대구~제주, 김포~제주 노선 평균탑승률도 취항이후 40%대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10월27일 에어부산이 취항하면서 영남에어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2008년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전 노선 운항을 일시중단했다. 걸핏하면 운항이 중단되자 그나마 있던 예약승객들마저 불안심리로 인한 취소가 잇달아 탑승객은 더욱 줄어들었고, 11월 19일과 20일 각각 하루동안 제주~대구, 제주~부산 노선을 일시중단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12월1일 두 손을 들고 전 노선 운항이 중단됐다.

취항초부터 밀린 착륙료, 사무실임대료, 공항이용료 등이 7700여만원이었고, 직원들의 임금도 수개월째 체불되는 등 취항이후 누적적자가 60억~70억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운항중단 이틀 후 12월3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구체적으로는 12월3일 국민은행 서울 상계동지점에 돌아온 약 1억3797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고작 취항 4개월여 만이었다.

부도 처리된 영남에어는 회사 매각을 통한 투자유치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운항중단 6개월째가 되던 2009년 5월27일, 회사이름을 퍼스트항공(퍼스트에어라인)으로 변경하고 부정기 항공운송사업 휴업 연장을 신청했다. 퍼스트항공이 된 구 영남에어는 투자유치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운항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퍼스트항공은 기존직원 25명을 주축으로 객실승무원 등을 다시 공개채용하는 등 준비작업에 들어갔고, 리스료 미납으로 반납된 포커100 대신 맥도널 더글러스 MD-83(좌석수 160석) 제트기 1대를 리스로 들여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자를 유치한 회사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2009년 9월24일 코디콤이라는 회사가 "퍼스트항공 지분인수를 위한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공시를 하면서 항공업계에 처음 알려졌다. 하지만 코디콤은 2009년 11월2일 퍼스트항공 지분취득 및 계약에 따른 대규모 손실 발생설에 관한 조회공시 요구에 “퍼스트항공 지분취득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기지급된 선급금 185억원을 전액 회수했다”고 답변했다.

코디콤의 공시이후 국토부는 "퍼스트항공에 2009년 10월19일 부정기 항공운송사업 등록취소 통지서를 보냈다"면서 "면허취소를 위한 청문회를 마쳤으나 퍼스트항공이 신뢰할 만한 계획을 내놓지 않아 더이상 면허취소를 늦출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더 이상 영남에어나 퍼스트항공에 대한 소식은 항공업계에서 사라졌다. 해를 넘긴 2010년 1월8일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에 설치돼 있던 영남에어의 카운터를 철거하면서, 영남에어의 짧은 생은 그렇게 마감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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