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부회장 판결의 의미
2021-01-19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직을 지킬 것인지, 국민의힘이 뺏어올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하던 정치권의 계산은 한층 복잡해졌다.
야권에 가해지는 단일화 압박
안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해 97만표(19.55%)를 얻었다. 당시 박원순 시장의 독주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등판 속에 치러진 선거였다.
2017년 대선에서 그가 얻은 지지율(21.41%)을 고려하면 이번 서울시장 역시 최소 그 정도의, 어쩌면 그 이상의 지지율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직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극단적 선택으로 열리는 선거지만 탈환을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거기다 안 대표가 등판하면 결국 야당 지지표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단일화를 해서라도 서울시장을 가져오느냐 아니면 단일화를 하지 않고 빼앗기느냐의 계산이다. 아직 여야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점도 계산을 어렵게 한다.
안철수에게 불리하지 않을 단일화 공식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안 대표에게 유리한 판이 펼쳐질 수 밖에 없다. 애초에 당원을 포함한 경선을 하기에는 두 당 조직력의 차이가 크다. 안 대표는 '여론조사 100%'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에게는 거절할 명분이 없다. 안 대표에게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이미 서울시장만 도전을 말한 것만 세 번째다.
단일화에 실패해 저번에 얻은 표만큼만 얻어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적어도 국민의힘에 흡수되지는 않고 독자 노선을 지켰다는 명분은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동안 안 대표와 단일화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 기자들이 물어도 "합치고 싶으면 당에 들어오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재보선을 앞두고 단일화가 성사되면 야권 내에서 안 대표가 차지하는 지분이 높아진다.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곧바로 야권 단일 후보로 대권행을 바라볼 수 있다.
주도권은 강력한 뉴페이스에 있다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은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일 수 밖에 없다. 정치 입문 10년차를 바라보는 안 대표도 더 이상 '새정치'의 아이콘은 아니다.
여당의 박영선 장관, 우상호 의원, 박주민 의원이나 야당의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안 대표가 가세한다고 해도 체급이 좀 다른 선수가 링에 올랐을 뿐 국민들 입장에서는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상황은 아니다.
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고 안 대표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다. 9년 전 안 대표같은 '새 사람'을 찾는 것이다.
신선하고 유능한 이미지의 깨끗한 사람. 그것이 다음 보궐선거와 대선 승리를 향해 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정우성 기자 wsj@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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