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부산엑스포’ 유치 동력 잃나

신종모 기자 2022-11-23 09:53:29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최근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총 사업비 67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라는 큰 선물을 들고 왔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방한은 스마트시티인 네옴시티와 관련해 철도·주택 프로젝트를 비롯해 화학, 수소, 건설 분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신종모 기자

재계도 분주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기업 총수들도 빈 살만 왕세자를 두 팔 벌려 맞이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원자잿값 인상, 고환율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우리 기업에 단비와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머문 하루 동안 우리 기업들과 사우디 투자부 간 총 26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체결 건이 모두 성사된다면서 투자 규모는 약 40조원에 달한다. 

다만 재계에서는 현재까지 삼성만 유일하게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삼성은 삼성물산·현대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더라인’ 터널 공사를 따냈다. 여타 기업들은 네옴시티와 관련해 수주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은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빈 살만은 선물 보따리 외에 또 하나의 딜레마도 함께 가져 왔다. 우리나라와 사우디는 엄연히 협력적 관계인 동시에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속 빈 강정' 일수도 있는 빈 살만 왕세자의 유혹에 혼이 팔려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이 위축되거나 후순위로 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빈 살만 왕세자 방한으로 그동안 우리 정부와 재계가 총력을 기울여온 유치 동력이 한순간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주요 기업들의 유치 행보에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어서다. 

빈 살만 왕세자가 들고 온 선물 보따리가 허상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것이다. 

현재 한국의 부산, 사우디아리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3개국이 세계박람회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단연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가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과는 내년 11월에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그때까지 정부와 기업은 빈 살만 왕세자의 잔상(殘像)을 지우고 초심으로 돌아가 부산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