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vs 형제 대결, 승자는 형제 '한미·OCI 통합 불발'…임종윤·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선임

28일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약 3시간 지연된 오후 12시28분쯤 시작
임종윤·종훈 형제 제시한 주주제안 모두 통과…형제 포함 추천 후보 3인 이사회 진입
OCI 통합도 불발…OCI 측 "통합 절차 불발, 앞으로 한미약품그룹 발전 바랄 것"
황성완 기자 2024-03-28 16:27:42
한미약품그룹·OCI그룹 통합을 둘러싼 한미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주총에서 송 회장의 아들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승리했다. 소액주주 4.8% 표가 임종윤·종훈 두 사장의 편을 들어주면서 약 5% 차이로 희비가 갈린 것.

이로 인해 OCI그룹 측이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오후 12시28분쯤 경기도 화성시 수원과학대학 신텍스(SINTEX) 1층 그랜드볼룸에서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28일 경기도 화성시 수원과학대학 신텍스(SINTEX) 1층 그랜드볼룸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쯤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위임장 집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예정 시각보다 약 3시간이나 지연됐다.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은 오전 8시40분쯤 현장에 도착해 입장했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도 오전 10시10분쯤 주총장에 입장했다. 다만,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주총 현장에 불참했다.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정확한 불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신성재 한미사이언스 경영관리본부 전무이사의 개회 선언으로 주총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주총장 내부는 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번 주총에는 주주와 의결권 대리행사에 대한 위임장을 들고 있는 대리인이 총 2160명 참석했으며 이들이 들고 있는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미사이언스 발행주식의 88%(5962만4506주)에 이른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주총은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시한 주주제안이 모두 통과되면서 형제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형제는 물론 이들이 추천한 후보 3인도 모두 이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임종윤·종훈 전 사장을 비롯해 권규찬 Dx&Vx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사봉관 변호사 전원이 새 이사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임종윤·종훈 전 사장은 사내이사, 권 대표와 배 교수는 기타비상무이사, 사 변호사는 사외이사다.

반면 한미사이언스 현 경영진 측이 제기한 이사 선임 안은 전부 부결됐다.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을 포함해 최인영·박경진·서정모·김하일 사외이사 모두 이사회 진입이 불발됐다. 한미사이언스 측 추천 안건 모두 출석의결권 중 48%대 득표에 그치며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형제 측의 5%p가량 벌어지는 표차이로 승리를 하면서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 절차도 중단됐다.

OCI그룹 측은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를 중단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13.46%를 보유한 소액주주 3만8470명이 형제 측을 지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사장, 임주현 사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앞서, 모녀의 지분은 송영숙 회장(11.66%)과 임주현 사장(10.2%)에 친족,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 등을 더해 35%였다. 여기에 국민연금 역시 이를 지지하면서 지분은 42.66%로 늘어났다.

반면, 형제 측 지분은 임종윤(9.91%)·임종훈 전 사장(10.56%)에 배우자·자녀, 디엑스앤브이엑스를 더해 총 28.42%였으며,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 지분을 더해도 40.57%로, 주총이 시작되기 전까지 약 2.10%의 근소한 차로 모녀 측이 앞섰다.

주주들은 임종윤·종훈 형제를 선택했다. 임종윤 사장은 출석 의결권수 대비 52.1%인 3114만7920주의 찬성을 받았다. 임종훈 사장은 51.8%인 3087만2384주를,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는 51.8%인 3086만1014주를, 배보경 고려대 교수는 51.8%인 3085만8271주를,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52.2%인 3115만481주를 각각 찬성표로 받았다.

반면, 임주현 부회장은 2859만709주로 출석 의결권수 대비 48%로부터 찬성을 받았다. ‘출석 의결권수 중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는 이사 선임을 위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우현·최인영·박경진·서정모·김하일 등 다른 이사 후보들도 대체로 찬성표를 47~48% 받는 데 그쳤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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