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날아오른 'CJ올리브영'...성공비결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넘어서
중국 '싼커' 소비 유형 변화...중저가 브랜드로 MZ세대 겨냥 '효과 톡톡'
홍선혜 기자 2024-03-25 11:11:31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은 비싼 제품 보다는 가성비 제품에 지갑을 열게 된다. 불경기가 지속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성비 뿐만 아니라 가격 대비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채우는 '가심비' 소비패턴이 확산되고 있다.

불경기 속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날아올랐다. 대표적으로 각광받는 업체는 아성다이소, 알리익스프레스, CJ올리브영이다. 특히 올리브영의 경우 뷰티 대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제치고 지난해 매출액이 4조원에 육박하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25일 CJ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8612억원으로 지난 2022년 2조7775억원 대비 40%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3551억원 성장했다. 

올리브영 명동 타운 전경. / 사진=CJ올리브영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반대 행보를 걷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3조 6740억원으로 2022년 4조1349억원 대비 11.1% 줄어들었으며, LG생활건강의 뷰티 부문 매출은 동 기간 12.3% 줄어든 2조8157억원에 머물렀다.

올리브영 중소기업 브랜드 유치...MZ세대 겨낭

중국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당은 코로나와 사드 등으로 인해 막혔던 수출길이 풀렸지만 중화권에서 이렇다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유형이 변화됐기 때문이다. 기존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 여행객들이었다면 최근에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중심의 개별 여행객(싼커)으로 변화됐다. 

싼커족들은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 보다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을 선호하는데 이들을 제대로 겨냥한 기업이 바로 올리브영이다. 회사 측은 중소기업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입점 시키면서 MZ세대를 제대로 겨냥할 수 있었다.실제 지난 7일까지 진행했던 ‘올영세일’에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 20개 브랜드 중 80%를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가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성장에는 외국인의 역할이 가장 컸다. 작년 하반기 올리브영은 명동에 K뷰티 수출 교두보 역할을 할 대표 외국인 특화 매장 ‘올리브영 명동 타운’을 오픈했다. 일평균 방문 객수는 약 3000명. 매장 면적이 350평에 이르는 올리브영 명동 타운은 국내 올리브영 매장 중 가장 큰 규모이며 방문 고객의 약 90%가 외국인 고객이 차지한다. 

외국인 고객 증가... ‘올리브영 글로벌몰' · ‘올리브영 명동 타운’ 긍정적 성과 

올리브영의 지난해 1/1~10/31까지 명동 상권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840%가량 신장했다. 코로나 이전엔 유커를 중심으로 중국인의 구매 비중이 컸지만, 동남아와 영미권, 일본인 고객들까지 매장을 찾으면서 고객층이 전 세계로 확장하는 추세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해외 150여 개국 고객을 대상으로 K뷰티 상품을 판매하는 역(逆)직구 플랫폼 '올리브영 글로벌몰' 매출 역시 같은 기간 전년 대비 77%가량 늘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시에 잡는 '옴니채널'도 올리브영의 성공 요소로 꼽는다. 특히 온라인몰에서 주문시 3시간 내에 배송해주는 '오늘드림' 서비스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면 가장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문 물품을 발송하는 즉시배송 서비스다.

올리브영은 제품을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인근 매장에서 상품 수령이 가능한 오늘드림 픽업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온라인몰(주문)과 오프라인 매장(제품수령)을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은 MZ세대 중심의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세포라'도 백기... H&B 시장서 독자생존

올리브영의 강세에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소속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가 한국 시장에서 방을 빼기로 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세포라는 중고가의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있는 매장으로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저가의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올리브영에 밀릴 수밖에 없던 것 같다”며 “입점 시기도 코로나와 맞물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데 고충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리브영은 사실상 H&B(Health & Beauty)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선 것과 다름 없다. 비슷한 형태의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2022년 11월 사업을 철수했고, 롯데쇼핑 '롭스'는 매장을 모두 정리하고 현재 롯데마트 내 숍인숍 형태로 10여 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리브영이 기업공개(IPO) 시점을 앞당길지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올리브영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IPO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네이버나 쿠팡 컬리 등 기업들이 뷰티부문 점유율을 다수 차지하고 있지만, CJ올리브영의 뷰티부문의 점유율은 10% 초반이다"며 "IPO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성공요소에 대해서 CJ올리브영 관계자는 “국내 고객 유치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이 가장 큰 시너지 역할을 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올리브영은 편집숍 형태이기 때문에 전국 다수의 브랜드를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 과 더불어 비교적 저렴한 중소기업 브랜드를 입점한 요인도 있다. 또 글로벌 몰로 역직구 하는 사업도 K뷰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계속해서 성장 중”이라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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