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護疾忌醫(호질기의)…정용진 부회장 '비판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홍선혜 기자 2024-02-22 09:56:08
護疾忌醫(호질기의). '병을 감싸고 치료하기를 꺼리다'라는 뜻으로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고치려 하지 않으며 충고를 꺼려하는 그릇된 태도를 비유한다.

홍선혜 기자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SNS를 보면 이 같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정 부회장은 오너가의 딱딱한 이미지 보다는 친근한 동네형을 콘셉트로 인스타그램에서 스타마케팅을 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도 본인 스스로를 형이라고 지칭하고 팔로우한 이들은 정 부회장을 ‘용진이형’이라고 부른다. 오너가의 일상을 스스럼없이 공개하면서도 자주 게시물을 업로드 하는 탓인지 팔로워는 어느 덧 84만이 넘는다. 

수많은 팔로워들 중에는 정부회장의 팬들, 이마트 주주들, 각종 언론인들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SNS를 지켜보고 있는 만큼 신중한 행실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종종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본인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오면 그대로 캡쳐해 개인 SNS에 올리고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의 발언이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정 부회장은 한 매체가 보도한 ’정용진 부회장 한가한 SNS를 즐길 때 아니다‘라는 기사를 캡쳐해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별 XX넘 다 보겠네’라는 글과 해시태그에는 ‘너나 잘 하세요’라고 기재했다.

정 부회장은 또 '형 의자 샀다 기자 친구들 얼마인지 맞혀봐'라는 게시글에 대해 관련된 기사가 올라오자 ‘울(기자 실명)기자칭구는 취재 비스무레 한 것도 했다 다들 본받자’, ‘울(기자실명) 기자칭구는 덕지덕지 가져가 붙이는 걸 잘해 얘더라 클릭 좀 해주라 우리 (기자실명) 도와주자’등 기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해당 기자를 저격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정 부회장은 본인에 대한 특정기사를 게시물을 통해 종종 맞대응 하는데 한편으로는 의도적인 행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업의 오너로서 자사 상품을 홍보하거나 추천할 때는 SNS를 활용하면서 기자들이 SNS를 보고 기사 쓰면 한가한 사람 취급 한다" 정용진 부회장의 기자 저격에 대한 일부 기자들의 말이다. 정 부회장은 언론에 노출이 되는 인물인 만큼 본인의 행실 하나하나가 기사화가 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아울러 이같은 행동은 신세계와 이마트라는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가 이제껏 SNS에서 추구했던 이미지는 친근한 동네 형이지 가벼운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정용진 인스타 저격’이라고 검색만 해도 관련된 포스팅은 숱하게 올라와 있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판적이다. 

정 부회장의 SNS를 보면 그의 과거 발언을 재조명하게 된다. 약 3년 전 정 부회장은  '스마트시대 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이라는 인문강연을 통해 "신체적 근육은 헬스장에서 단련할 수 있고 정신적 근육은 훈련을 통해 건강하게 할 수 있다"며 "많은 글을 쓰기보다 많이 생각하고 써야 한다. SNS에 쓰는 글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다듬어 쓰는 훈련을 하라"고 당부했다. 

SNS글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쓰라는 발언과는 다르게 정 부회장은 버젓이 본인의 실명이 들어간 개인 인스타그램에 비판적 보도에 대한 불쾌감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주주들은 정 부회장의 SNS 활동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에 한가롭게 SNS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마트는 현재 쿠팡에 밀려 유통업계 2위로 추락했으며, 이마트 주가도 1년 사이 반 토막 가까이 떨어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와 고공행진하는 쿠팡과는 상반된 행보다.

사실 SNS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이 순수한 SNS 활동 그 자체로 비난 받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그가 처음 인스타그램에서 추구했던 본질적인 의미가 이미 너무 많이 퇴색돼 버렸다.

어쩌면 미성숙해 보이는 행동으로 인해 SNS에서 비춰지는 이미지가 '소통하는 친숙한 오너'에서 '한가하게 SNS나 하는 오너'로 변질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다수의 매체들이 정 부회장의 SNS를 비판하는 기사를 보도하고 있고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다. 

SNS는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관계망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인스타그램에 쉽게 노출되는 시대이니 만큼 기업의 오너로서 호질기의를 되새기고,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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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영규
    홍영규 2024-03-10 21:24:53
    친근한 이미지는 좋지만 가벼운 사람이란 미미지는 대기업 그리고 많은 직원의 생계를책임지는 오너의 이미지로는 ㆍㆍㆍㆍ친근하지만 신중한 CEO면 좋겠네 ㆍㆍ기자님의 날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