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요청...업계 반응은?

중소기업 다수, ‘안전관련 법 준수사항 방대’ 지적
자금·인력 부족 중소기업 태반…폐업 현실화 우려
대기업 중대재해처벌법 부담 중소기업에도 전가
신종모 기자 2024-01-16 12:09:12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중소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해 적용 유예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현장의 영세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며 “근로자의 안전이 중요함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벌은 우리 헌법 원칙상 분명한 책임주의에 입각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다수 소기업은 대표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실질적으로 사업을 운영해나갈 수 없어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이 실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도 적용 유예를 촉구해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애초 입법취지였던 중대재해 감축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처벌만 강화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미 적용되고 있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망사고 추이를 보면 법 시행 전인 지난 2021년 대비 2022년 사망건수는 1.7% 감소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볼 때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이 적용되더라도 재해 감소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업계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처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업계는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해 “안전관련법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 어디서부터 챙겨야 할지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에서 소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다 같이 현장에서 일하는데 중대재해가 발생해 대표가 처벌받으면 누가 사업체를 꾸려 나가냐”라며 “그 고통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남 소재 한 철강 기업 B 대표는 “철강업종 특성상 아무리 안전을 기해도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한다”면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막는다는 취지는 좋으니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선행돼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소재 모 대기업 관계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추가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관련해 대기업과도 제대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안전보다 처벌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중대재해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안전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50인 미만 기업 내에서도 규모가 작을수록 재해사고 사망자수 편차가 큰 상황”이라며 “중소기업들이 법 적용을 추가유예 기간 동안 안전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 및 예방 중심 법체계로 바꾸는 법령 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업계와 노동계는 전날 현장 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5일 인천 서구 지식산업센터에서 개최한 ‘민생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양 부처 장관들은 이날 현장의 애로 사항을 경청한 후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준비가 부족한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법의 취지를 달성하면서도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가 돼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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