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평택항 국민여가캠핑장 조성 실태···②유모차 못 다니는 캠핑장

장애인 등 이동편의시설 없는 ‘졸속 설계’에 ‘예산낭비’ 지적까지
배민구 기자 2023-12-18 10:00:31
[스마트에프엔=배민구 기자] 경기 평택시 ‘평택항 국민여가캠핑장’이 내년 1월 정식 운영에 앞서 지난달 15일 개장식을 갖고 평택시민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나섰다. 이 캠핑장은 평택시가 국비 7억5000만원 등 총사업비 38억원을 투입해 평택항 공유수면 매립 부지 2만3320㎡에 캠핑장 39면과 취사장, 샤워실, 화장실 등을 조성한 야영시설이다. 도시계획시설 사후 변경과 진입도로 연결허가 지연 등으로 야영장업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해 여러 차례 정식 개장이 미뤄지며 우여곡절을 겪었던 국민여가캠핑장의 조성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부지 대부분이 파쇄석으로 포장돼 있는 ‘평택항 국민여가캠핑장’. 휠체어나 유모차의 이동이 어려운데다 보차분리 시설도 갖추지 않고 있다.   /사진=배민구 기자

‘평택항 국민여가캠핑장’은 관리동과 샤워실, 화장실 등 5개 건축물과 주차장을 제외하고 캠핑장 39면과 차량 및 이용객이 이동하는 도로까지 전체 바닥이 파쇄석으로 조성돼 있다. 

2만㎡가 넘는 부지에 바닥 대부분이 파쇄석으로 깔려있다 보니 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아이 등이 샤워실이나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이동에 불편을 겪어야 하는 실정이다. 휠체어나 유모차는 이동에 엄두조차 못 낼 상황.

이 캠핑장이 장애인 등에 대한 이동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은 단지 포장상태만이 아니다.

캠핑장 전체에 차도와 보도가 분리돼 있지 않다는 점. 게다가 휠체어나 유모차가 샤워장이나 화장실로 가려면 경계석의 턱낮춤 구간이 유일하게 설치돼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이 캠핑장이 평택시가 직접 조성하고 운영하고 있는 공공시설임을 감안할 때, 설계·시공·감리 전 과정에서 이른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에 대한 평택시의 저조한 인식과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라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초 설계부터 잘 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평택시의회 김혜영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제243회 평택시의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캠핑장에 장애인 가족이 올 수도 있고 유모차를 이용하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는데 이동편의를 위한 시설이 안 돼 있다. 장애인이나 유모차가 이동 할 수 있도록 설계됐어야 했다. 설계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 현장활동에서 지적한 문제점이다. 시설물 보수가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할 사항이 빠진 것이다. 미비한 시설은 추가로 예산에 반영했어야지 시설물보수비로 계상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영귀 기획항만실장은 “개선비용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며 “필요하면 추경에 반영해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시설개선에 필요한 추가예산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후약방문식 시설개선에 대한 언급이 있자, 전형적인 ‘예산낭비 행정’이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 A씨는 “공공시설의 설계를 졸속으로 해놓고 이제 와서 시설개선을 한다니 혈세낭비, 예산낭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냐”며 “재정상의 손실을 초래한 행정에 대해 책임도 없이 묻어 두려 한다면 이런 게 직무유기”라고 질타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시범운영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과 개선사항을 단계별로 효율적으로 관리해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 특히 시민 안전과 관련된 사항들은 추가 예산을 확보해서라도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여가캠핑장’이라는 공공시설을 조성하면서 설계, 시공 전반에서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오점을 남긴 평택시가 명실상부 ‘국민’ 캠핑장이 되도록 시설개선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민구 기자 mkbae12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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