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주·제로슈거 소주, 흥행 지속될까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큰 도움 안돼
소주도 브랜드 다양화...저도주 소주, 오리지널 제품과 비슷하게 흥행 점쳐져
홍선혜 기자 2024-05-10 10:27:26
건강을 생각하는 헬시플레저가 확산되면서 제로슈거는 물론 소주의 도수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MZ 세대들에게 유행하는 위스키는 고도수 인데 소주는 이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튜닝의 끝은 순정’ 이라는 말이 있듯 제로슈거나 저도주 소주가 오리지널 제품만큼 흥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제로슈거의 열풍은 지난 2022년부터 급물살을 타면서 주류시장까지 빠르게 번졌다. 제로슈거 소주로 흥행에 성공한 기업은 롯데칠성음료다. 회사는 2006년 '처음처럼' 이후 16년 만에 신제품 ‘새로’를 선보이면서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680만병을 기록했다. 뒤이어 지난해에는 하이트진로가 ‘제로슈거 진로’를 선보이면서 제로소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형마트 주류판매 매대. / 사진=연합뉴스

제로슈거 소주, 칼로리는 일반 소주와 비슷

제로슈거라는 말이 소주에 큰 의미가 있을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주 한 병 기준(360㎖)은 408㎉이다. 제로 소주의 경우 당류 외에도 나트륨, 탄수화물, 지방,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단백질 등이 모두 0%지만 전체적인 칼로리는 300여kcal로 일반 소주와 크게 다르지 않는다. 당이 제로라고 해서 열량까지 제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당을 빼도 열량이 높은 이유는 알코올 자체에 포함된 칼로리 때문이다. 알코올은 도수가 높아질 수 록 열량도 함께 오른다. 그러나 평균 16도에서 17도에 이르는 소주의 도수의 열량을 줄이게 되면 본연의 특성이 사라지게 돼 열량을 대폭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술을 마신다고 바로 살이 찌는 것은 아니다. 알코올 자체로는 영양가가 없고 열량만 높은 ‘엠티 칼로리(empty calorie, 빈 칼로리)’ 식품이다. 즉 술을 마셔서 살이 찌는 이유는 술 자체의 칼로리보다는 안주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알코올 섭취 시 뇌신경을 마비시켜 가짜 배고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만 당을 첨가하지 않은 무가당 제품이더라도 모든 술은 섭취 시 체내 분해 과정에서 중성지방을 증가시키고 기존 지방연소를 무너뜨려 살이 찔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람들은 제로슈거 소주가 일반 소주에 비해 열량이 낮을 것이라고 인지한다. 새로의 경우 ‘살 안찌는 술’이라는 별명이 붙어 젊은 여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소비자원이 성인 2000명을 설문한 결과 68.6%는 제로슈거 소주가 일반 소주보다 열량이 크게 낮을 것이라고 답했다.

저도주 소주가 건강에 도움?...원가절감 이유도 있어

이밖에도 주류업계에서 도수 자체를 낮춘 저도주 소주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도수를 낮췄다고 말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도수를 줄이거나 당을 뺀다고 해서 건강이나 다이어트 도움에 큰 의미는 없다. 

주류회사가 낮은 도수의 소주를 앞세우는 이유는 헬시플레저들이 늘어나면서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함도 있지만 원가 절감 탓도 있다. 희석식 소주의 경우 통상 소주 도수를 0.1도 내릴 때 주정 값 0.6원을 아낄 수 있고 0.5도를 낮추면 3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 

요즘 MZ세대 트렌드가 저도주 라고 하지만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과 경기도에 위치한 술집 5곳을 다녀온 결과 점주들 모두 주류부문 중 참이슬이 1위로 매출이 잘 나온다고 전했다.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양갈비집 사장 A씨는 “새로가 잘나간다고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판매가 잘되는 술은 참이슬”이라며 “그 다음으로는 처음처럼, 진로, 새로 순으로 잘 나간다. 아무리 제로슈거 저도주가 유행이라고 하지만 진로골드는 거의 찾는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서울 문래동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B씨 역시 “개인적인 견해로는 오리지널을 이기기는 힘들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몇 십 년 전 부터 해마다 소주의 도수는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이와 대비되게 고도수의 위스키나 싱글몰트에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며 “소주는 이제 브랜드화로 다면화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요나 일품 진로는 도수가 높고 일반적인 소주는 도수가 낮아지는 형식이다. 또 다른 이유는 원가 절감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라고 전했다. 

황 교수는 “제조업체들은 소주의 도수를 낮추면서 원가를 절감하게 되고 매출도 늘리려는 일타쌍피 효과를 노리려는 것으로 점쳐진다”며 “다만 늘 먹던 맛을 선호하듯 하나의 습관성처럼 오리지널 라인의 인기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은 예전처럼 술을 강요하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소주의 도수도 낮아지고 있다. 다만 고도수의 위스키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하이볼 형태로 섞어 마실 수 있고 개인의 기호에 따라 마시는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낮은 저도주의 소주가 오리지널 제품보다 더 흥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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