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라인야후 강탈 위기 '네이버'…동남아 시장 전략 차질 생길까?

네이버 몰아내기 본격화…신중호 대표이사 사내이사 퇴임 건 의결
한국 정부, 일본 정부에 대응 예고…네이버와 긴밀히 협업
황성완 기자 2024-05-09 10:28:37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자국 '국민 메신저'인 라인에 대한 경영권을 내놓으라며 압박하고 있다.

지난 8일 라인 서비스 운영사 라인야후는 신중호 라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이사회에서 제외했다. 사실상 경질이다. 이로써 라인야후 이사회 구성원은 전원 일본인으로 채워졌다. 일본 정부의 '네이버 지우기' 시도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부당한 압박에 밀려 라인야후를 포기하게 되면, 일본은 물론 동남아 시장에서의 성장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 /사진=연합뉴스 


라인야후, 네이버와 단절 의지 피력…신중호 대표이사 사내이사 퇴임 건 의결

8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 논란과 관련해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출 문제 대응책과 관련,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늘리고 경영과 집행 분리도 도모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에 일환으로 이사회를 열고 신중호 대표이사 겸 최고상품책임자(CPO)의 사내이사 퇴임 건을 의결했다. 신중호 라인야후 CPO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우며 라인 서비스의 일본 시장 안착에 가장 공들인 인물이다. 이로 인해 라인야후에서는 한국인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단절 의지를 피력하며, 기업 내부 시스템과 네트워크 운용은 물론 서비스와 사업 영역에서도 네이버와의 위탁관계를 종료하겠다는 것이다. 야후 재팬의 웹 검색 개발 검증에 있어서도 위탁 협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라인은 네이버의 기술로 탄생한 만큼 여전히 기술적 부분에서 네이버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 시 라인야후를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 자회사로 두는 대신 기술적 부분에선 네이버가 주도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이데자와 사장은 모든 서비스에 대해 위탁을 종료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일본은 지난 11월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 사고를 언급했다. 당시 라인의 고객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 클라우드가 해킹되면서 51만명의 라인야후 고객정보가 유출됐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달 초 "네이버의 관리·감독이 부적절했다"며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는 것을 포함한 행정지도를 했다. 이후 라인야후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총무성은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16일 다시 행정지도를 내렸다.

네이버 라인. /사진=네이버


라인야후, 네이버 자회사 NHN재팬서 2011년 개발…라인, 이용자 수 9600만명에 이르는 '일본 국민 메신저'로 성장

라인야후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NHN재팬에서 2011년 개발해 현지에서 9600만명이 사용함에 따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라인과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를 서비스하는 회사로 시가총액은 약 25조원이다.

라인야후는 지분의 64.5%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인 'A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갖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지분을 가져올 경우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 주도권을 쥐게 된다.

당초 라인야후는 오는 2026년 12월까지 2026년 12월까지 네이버 및 네이버 클라우드와의 시스템 분리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었는데 이 시기가 더 앞당겨진 것이다.

네이버는 약 13년 간 공들여 세계적인 메신저로 키워낸 라인을 일본에 넘길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1년 6월 일본에 라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 일본 내에서 한 달에 1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 수가 9600만명에 이르는 등 일본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다. 라인은 태국(5500만명), 대만(2200만명), 인도네시아(600만명) 등 아시아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자랑해 전세계적으로 이용자가 2억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진행된 2024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 관련 자본 지배력 줄일 것을 요구한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이는 따를지 말지의 결정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 결정할 것으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회사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정리되는 시점에 명확하게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 라인야후 지분매각 요구에 정부도 대응…"네이버와 긴밀히 협업"

일본 정부가 자국 내에서 한국 기업 네이버를 퇴출시키려 하는 상황에 대해 정부에서도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지난 8일 세종정부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과 투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대응할 것"이라며 "네이버의 의사 결정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도연 2차관도 "외교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와 과기정통부는 매우 긴밀히 협의 중인 사안"이라며 "다만 정부가 일일이 세부적인 내용을 얘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라인야후와 관련한 정부 입장은 매우 강경하다"고 덧붙였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으로 일본 기업화 현실화…"일본 IT 시장 성장 동력 잃을 것"

일각에서는 '아시아의 네이버'를 향한 해외시장 전략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가 라인야후를 이대로 일본에게 뺏긴다면 점점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고, 결국 일본 기업화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일본 IT 시장에서의 성장 기회마저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라인야후 지분 매각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메신저, 인터넷은행, 캐릭터 사업 등을 키울 교두보를 잃을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자칫 외교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니만큼 의견을 내기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전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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