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이월제 등 총선 공약에 통신업계 '골머리'

민주당, 22대 총선 공약으로 가계통신비 경감 방안인 '데이터 이월제' 내세워
통신업계, '데이터 이월제' 수익성 악영향…"6G 사업에도 영향"
황성완 기자 2024-04-22 11:10:32
4.10 총선 공약으로 '데이터 이월제' 등 통신사에 부담이 되는 내용이 검토됨에 따라 통신업계가 눈치 살피기에 나섰다. 데이터 이월제는 당월에 제공된 데이터를 소진하지 못하게 되면 다음 달로 넘겨 사용할  있도록 하는 제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데이터 이월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통신 3사 5G 속도 (CG)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공약으로 ▲단통법 폐지 ▲병사 통신요금 할인율 50%로 인상 ▲잔여 데이터 이월 추진 ▲공공 슈퍼와이파이 구축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미성년 자녀·65세 이상) ▲기업 기관 고객센터 상담전화 무료화 등을 내세웠다.

'잔여 데이터 이월 추진'은 민주당의 주요 통신 공략 중 하나다. 민주당은 "자신의 재산권(데이터)이 의지와 상관없이 상실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내 돈으로 산 내 데이터 중 매월 사용하고 남은 잔여 데이터에 대해서는 내 마음대로 선물하기 또는 이월해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 /사진=연합뉴스

과기정통부,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위해 '데이터 이월제 검토'

앞서,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2차관 역시 최근 출입기자 간담회를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 중 하나로 데이터 이월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약 28GB다. 반면, 5G 가입자의 85%는 데이터 제공량보다 적은 데이터를 사용(3개월 평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달에 할당된 데이터를 다 쓰지 못하고 버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데이터 이월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현재 사용 중인 요금제보다 1단계 또는 2단계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가령 5만원에 데이터 40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쓴다면 4만5000원(데이터 35GB 제공) 또는 4만원(데이터 30GB 제공)짜리 요금제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T가 지난 1월 내놓은 이월 요금제를 보면 월 데이터 제공량이 최대 21GB(KT 기준)로 5G 가입자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못 미친다.

1GB당 데이터 단가도 최대 9250원(5G 슬림(이월) 4GB·3만7000원)으로 기존 5G 요금제의 2~3배에 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 1만4000원을 더 내면 데이터 제공량이 7배 이상인 30GB 요금제를 쓰는 게 경제적이다.

정부는 이전에도 데이터 이월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차관은 지난해 8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자가 통신 사업자가 내놓은 요금제를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하고 그것이 아니면 안 되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요구하는 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도입해야겠다는 것이 기본 바탕"이라며 데이터 이월제 도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7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신 시장 경쟁 촉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신업계, 데이터 이월제에 '부정적'…전환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악영향' 예상

통신업계 역시 데이터 이월제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전환지원금' 역시 통신비 절감 등 소비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등 정부가 예상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통신 3사는 정부의 요청에 의해 지난 3월 16일 전환지원금을 13만원으로 선보였고, 현재 30만원 대까지 전환지원금을 인상한 바 있다. 통신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공약을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통신업계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ICT 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은 52만건으로, 전환지원금 도입 이전인 지난 2월(50만건), 1월(56만건)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이에 데이터 이월제 추진 역시 위와 같을 것이라는 평이다. 또한,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6G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이월제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되려먼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거시적으로 생각한다면 통신업계의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6G 등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 많은데 정부가 너무 규제를 중점으로 생각하고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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