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세 번쨰 조카의 난도 물거품…금호석화 주총서 주주제안 모두 부결

22일 제47기 주주총회서 주주제안한 안건 전부 부결
국민연금, 주총 전날 금호석화 손 들어주며 상황 굳어져…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영향도 커
차파트너스, 주총 현장에서도 이사회 독립성에 의문 제기
박재훈 기자 2024-03-22 15:25:31
금호석유화학과 개인 최대 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 사이의 분쟁이 금호석유화학의 승리로 끝났다.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의 제47기 주주총회에서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이 제시한 주주제안에 대해 결론이 났다.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진행된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주주총회에서 백종훈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아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당초 앞선 양측의 공방전 속에서서 대립각은 커져갔지만, 여러 의결권 자문사들이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은 금호석유화학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결국 이변없이 주총에서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 및 소각되면서 세 번째 조카의 난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날 주총은 백종훈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아 진행됐다. 주총에서는 주요 사항 결의 주체를 이사회로 두는 정관의 일부 변경과 최도성 한동대 총장의 사외이사 선임 건 등이 가결됐다. 정관 변경안은 74.6%의 찬성률,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76.1%의 찬성률을 보였다.

주총에서의 주된 안건은 역시 자사주 소각과 정관 변경을 내세운 주주 제안이었다. 자사주 소각은 이사회에서 결의하게 돼있는데 차파트너스측은 이를 주주총회 결의로도 소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자는 골자로 주주제안을 내밀었다.

주총에 앞서 양측의 지분 차이가 5% 수준이었던 만큼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금호석유화학의 보유 지분은 박찬구 명예회장이 7.14%, 박준경 사장이 7.65%, 박 명예회장의 딸인 박주형 부사장의 1% 등을 합쳐 총 15.7%다. 반면 박 전 상무는 개인 지분 9.1%에 더해 모친인 김형일씨의 지분을 더해 총 10.87%다.

하지만 주총 전날 저녁 2대주주인 국민연금(금호석유화학 지분 9.27% 보유)은 금호석유화학의 편을 들어주면서 상황은 금호석유화학에게 유리한 형국으로 굳어졌다.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진행된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주주총회에서 차파트너스 김형균 상무가 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재훈 기자


앞서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에게 권리를 위임하고 자사주 100% 소각을 주주제안했다.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명분이었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측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자사주를 50% 소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50%는 향후 경영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총에서도 제2안으로 상정된 정관 변경을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차파트너스의 김형균 상무는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상무는 "자사주를 처분하는 방식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며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향후 재원 확보시 배당을 늘리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금호석유화학측의 안이 가결됐고 이에 따라 제3안이었던 자사주 전량 소각 안건은 자동 폐기돼 투표로 이어지지 않았다.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가 제시한 주주 제안 안건은 ▲주총 결의에 의해 자사주 소각이 가능하도록 정관 변경 ▲기존 보유한 자기주식 전량 소각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김경호 KB금융 이사회 의장 선임 등이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50%소각 행보에 대해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자사주의 50%를 소각하겠다는 결정은 과거에 비해 전향적이나 주주 제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장을 고수해왔다.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는 전체 지분의 18.4%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자사주 소각의 건이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하에 경영권을 얻기 위한 시도로 봤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도 경영권을 얻기 위해 주주제안 형식으로 배당금 확대와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이번 주총에서도 차파트너스와 협력하는 것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경영권을 겨냥한 행동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세 번째 도전에서 꺼내든 자사주 전량 소각이라는 카드는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에 기반해 주주들의 표심을 돌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됐다.

정부는 주가자산비율이 저조한 기업들 중 주주환원 확대 전략을 밝히지 않은 기업을 외부에 밝히고 자사주 소각같은 행보를 보이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었다. 현 상황에 맞는 주주제안 카드로 표심을 돌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처럼 박 전 상무와 금호석유화학 사이에는 주총에 앞서 장외 공방전이 이어졌다. 금호석유화학측은 입장문을 통해 차파트너스가 박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해 행동에 나서는 것은 소액 주주 가치 제고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관련 방어 목적이라는 주장에 흔들리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측의 이사회 독립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금호석유화학측은 이사회는 독립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통해 전면 반박에 나섰다.

주총 당일에도 차파트너스 측은  "지금까지 이사회에서 진행했던 결의 안건들이 전부 100%로 찬성이 됐는데 한 명의 사외이사도 반대를 표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문"이라며 이사회의 독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날 제4안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에 대해서는 금호석유화학측의 최도성 이사의 선임으로 가결됐다. 찬성률은 76.1%였다. 차파트너스가 내세운 김경호 KB금융 이사회 의장 선임 주주제안은 23%의 찬성률에 그쳤다.

양측의 공방전에서 형세가 굳혀진 것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연이어 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2일 ISS를 시작으로 글래스루이스,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은 금호석유화학의 주주총회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고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반대 입장을 보인 자문사 중 ISS는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 자사주가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반대입장을 보였다. ISS는 "주주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하는 것은 국내 상장사 중 전례가 없는 일"이며 "어느 회사의 정관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날 모든 안건에서 승리한 금호석유화학측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석유화학업계의 현 상황에서 오히려 회사 미래 전략 재원을 일거에 소각하는 등 경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주주 제안 내용의 오류가 검증됐다”며, “사실상 주주 박철완의 경영권 분쟁을 대리하는 소모적 행위를 지속하기보다는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모색하는 고민을 기대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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